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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돌 일보 직전에서 돌파구 찾은 국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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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진통을 겪고있는 산모가 산파의 도움으로 곧 어린애(여·야 합의사항을 가리킴)를 순산하게 될 것입니다. 다소 산파(야당을 가리킴)의 무리가 없지는 않지만!』공화당의 야전군 사령관 격인 김종필 당의장의 예고대로 24일 상오3시20분 무려 여덟 번이나 개의시간을 연장한 끝에 열린 국회본회의는 여·야의 타협으로 이루어진 7개 국회정상화 합의사항을 받아들이고 폐회했다.
23일 예결특위에서 공화당이 변칙적인 의사진행으로 추경예산안을 통과시킴으로써 극과 극으로 대치했던 여·야는 장장 20시간의 정치적 협상을 통해 변칙적인 국회 운영에 대한 이효상 국회의장의 공식적인 사과를 받는 한편 다음 회기동안에 추가경정예산안을 본회의에서 논의, 처리한다는 등 7개 사항에 합의 서명했다.
여·야 전권협상대표(이효상 국회의장, 장형순 이상철 양 부의장, 김동환 공화당 원내총무, 김영삼 민중당 원내총무, 백남억 공화당 정책위의장, 이충환 민중당 정책위의장, 고흥문 민중당 사무처장, 현오봉 국회운영위장, 장기영 부총리)들의 반전을 거듭한 정치적 흥정의 매듭으로써 격돌국회는 돌파구를 뚫고 나간 셈이 되었다. 따지고 보면 변칙적인 국회운영이 제2의 「쿠데타」라고 규정지어졌던 공화당측은 명분은 차치하고서라도 실리면에 있어서 곧 이득을 얻은 셈이나 그와 반면에 민중당은 약간의 명분을 거두었다고 할 지라도 예결위에서의 추경예산안 통과를 「날치기」불법이라고 주장한 사실을 어물어물 넘기고 말았기 때문에 실리면에서 아무런 이득을 보지 못한 것 같다.
여·야간에 합의된 7개 협상 안은 처음 이효상 의장에 의해서 창안되어 여·야 전권협상대표에 제시되었는데 여·야간의 논란의 초점은 국회의 민주적 운영방법과 예결위 심사의 적법성 여부에 있었다. 23일 새벽 민중당 의원들의 농성투쟁돌입 사태로 원내 전략에 허점을 찔린 공화당은 일면 회기 내 강행, 일면 협상이라는 양면작전을 펴면서 민중당내 협상론자를 끌어들이려 했다.
이 의장의 협상 안을 검토한 공화당의 김종필 당의장과 정일권 국무총리는 23일 하오 4시반쯤 청와대로 박 대통령을 찾아가 미리 내락을 얻은 다음 이날 하오 8시 40분부터 야당 대표들과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가기 시작했으나 처음 공화당측은 이 의장 안에 대해 약간의 반발을 일으켰다. 공화당은 재경위·예결위 심사는 변칙적이나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야한다고 야당측에 우겨 됐으며 야당은 당내·외 압력 부대에 눌려 예결위 재심을 강력히 요구했다.
공화당은 재경위·예결위 심사를 기정사실로 인정할 것을 야당측에 강요하면서 만약 야당이 불복할 경우에는 「맨투맨」작전으로 농성중인 야당 의원들과 대결할 태세를 보이며 23일 밤 11시에 수차 연기된 본회의를 강행하겠다는 최후 통첩을 보냈다.
결국 야당 의원들은 공화당의 최후 통첩에 대한 결단을 내리기 위해 10시 40분쯤 농성중인 본회의장을 철수했으며 원내 총무실에서 두 차례의 의원총회를 거친 다음 이 의장 협상 안을 자구 수정하는 정도에서 받아주기로 했다.
공화당의 김동환 총무는 『추경안을 본회의에서 논의처리 한다』는 합의 제3사항은 다음 국회의 본회의에 예결위 심사 안을 보고처리 한다고 해석하고 김영삼 민중당 총무는 예결위 재심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상반된 견해를 견지하고 있어 여·야 대립의 불씨가 이번 타협으로 완전히 사라지지는 못했다.
협상의 중개역이었던 이 의장도 합의사항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여·야간의 계쟁점인 제3항이 『지나간 것은 서로 이해하고 앞으로 잘 해보자는 정신으로 합의한 것』이라고 알쏭달쏭한 풀이밖에 하지 못했다.
더욱이 민중당 안 일부 협상론자들이 여당과 호흡을 같이 하여 협상에 응했다는 것이 개운치 않다는 이야기가 심야 협상회의 주변에 지저분한 후평을 던지고 있는데다가 명정회「멤버」가 협상 자체를 불신하고 있어 여·야의 각축이 야당내의 신음으로 전화할 가능성마저 보여주고 있다.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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