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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심의 황소…심야 연속 독주「쇼」-날치기·변칙·활극엔 자신만만한(?) 국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재경위의 「날치기 통과」이래 변칙사태가 거듭되고 있는 국회의 추경예산안 심의는 23일 새벽 예결위에서 여·야가 또 충돌, 가경에 접어들었다.
활극의 실마리는 이날 상오 영시 5분 예결위가 개의되자 김중한(공화)의원이 『일체의 심사절차를 생략하고 소위원회에 넘길 것』을 전격 동의. 그러자 야당의석에선 노호가 폭발, 박찬(민중)의원은 『이놈들이 또 날치기한다』고 소리치고 홍영기(민중)의원은 재빨리 구태회 위원장의 사회 봉을 빼앗고, 한경수 의원은 「마이크」를 앗아갔다.
그러나 구 위원장은 표결을 선포하고 사회봉 대신 손바닥으로 책상을 세번 두드려 가결을 선포했다. 『또 「쿠데타」해라』(이중재 의원) 『오늘부터 국회는 없어져다』(유진 의원) 민중당 소속 예결위원들이 책상을 마구 쳤다.
○…이 소란 틈에서 박찬(민중)의원과 방성출(공화) 의원이 맞붙었다. 박 의원이 발언대로 뛰어들려는 것을 방 의원이 떠밀었고 뒤로 자빠진 박 의원은 방 의원의 가슴팍을 발로 밀어냈다.
싸움은 말리는 사람들로 일단 끝났으나 한참만에 들어온 방 의원이 단상에서 박 위원과의 격투를 선언하고 옮기기 어려운 욕설을 쏟아 놓자 여당 석에서는 『저 친구 술이 취했어』고 응수-.
○…한차례 격투가 끝나자 장기영 경제기획원장관이 국회의원석 유진산(민중) 의원 곁에 앉았다.
『여보 장 장관, 나는 사사오입 개헌 때 이런 꼴을 보고 이번에 또 보게됐소. 이런다고 예산이 본회의에서 통과가 되나』유 의원의 힐책에 장 장관은 아무 대답이 없고, 박찬(민중) 의원이 『장 장관 때문에 국회를 망쳤어』라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우리는 공화당의 불법을 시정하기 위해 이 자리에서 최후까지 싸울 것입니다.』 유진산 이상철 고흥문 의원 등과 함께 5분 동안 협의를 끝낸 김영삼 원내 총무가 본회의장 점거농성투쟁을 선언했다. 의석은 간이침대로 되고 비서들이 이불을 날라와 의사당은 민중당 의원들의 침실로 변했다.
한건수 유청 박찬 진기배 이중재 방일홍 한통숙 김형일 신인우 이충환 그리고 김영삼 의원은 이부자리를 펴고 누워있었고 정명섭 유진 의원 등은 의자에 버티고 앉아있었다.
본회의장 침실과는 달리 유진산 이상철 유창렬 김상흠 의원 등은 이 부의장실에서 자리를 깔고…
○…새벽4시2분 공화당 소속 예결위원들은 야당의 침실이 된 회의장에 들어와 속개를 시도했다. 그나 누구하나 잠에서 일어나려 들지 않았다. 공화당은 이때 벌써 제3별관에 예결위 회의실을 차려놓고 있었다. 의사당 「마이크」는 『예결위를 제3별관에서 속개한다』고 광고하고 공화당 의원과 무소속의 최희송 의원 등 22명만으로 4시 17분 예결위 속개가 선포되고 소위가 다듬은 예산안은 유인물로 제안 설명을 대신, 말썽 많던 제1회 추경예산안은 마지막 3분만에 예결위 통과가 선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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