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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시간과 정확한 시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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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어제(21일)는 낮 시간과 밤 시간이 같다는 춘분. 이날이 지나면서부터는 차츰 밤 시간이 짧아지고 낮 시간이 길어진다. 이제부터야말로 시간 활용법을 잘 연구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수면부족을 일으켜 긴 낮을 졸음으로 보내기가 쉽다. 지난 16일 미 하원은 각 주에 명년부터 「서머타임」을 실시할 것을 표결했다고 한다. 「서머타임」은 원래 전시에 실시되는 것으로 전원 등 연료를 절약하자는 것이 주목적이다. 그러나 긴긴 낮 시간을 보다 능률 있게 활용하자는 것도 목적의 하나임엔 틀림이 없다. 춘분이 지나면서 차츰 길어진 낮 시간을 보다 잘 활용하자는 뜻에서 시간과 시계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4천년 전 첫 시계>
인류 최초의 시계는 이미 서기전 20세기경에 「바빌로니아」서 나타났다. 모래 위에 세워놓은 막대의 그림자로 시간을 측정하는 것이었다. 한편 고대 중국에서도 서기 전 10세기경에 해시계를 독자적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같은 하루를 시계에 표시하는데 있어서 그 양자에 차이가 있었다. 최초의 시계가 나타났던 당시의 「바빌로니아」에는 이미 달력이 있었으며 태양이 남중(자오선의 남쪽을 지나는 것)할 때부터 다음 남중할 때까지를 1일(태양일)로 정하고 그 24분의1을 1시간(태양시)으로 썼다. 반면 고대 중국에서는 1일을 12지로 1지를 8각으로 나누어 표시했다. 세종대왕 때 만든 해시계, 물시계 역시 지각으로 표시한 것이다. 이렇게 동서양이 달랐을 뿐 아니고 과연 정확한 하루(내지는 한시간)의 길이는 무엇이냐도 수 천년 동안 달라졌다. 14세기에 비로소 나타난 기계시계와 1656년에 처음으로 선을 보인 오늘과 같은 진자 시계가 차츰 개량되면서부터 그 시계의 정확성을 어디에 기준을 두고 따지느냐가 문제로 되기 시작했다.

<변천한 시간 표준>
즉 정확한 하루는 언제부터 시작되어 언제 끝나느냐가 논란이 되기 비롯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지구의 자전으로만 따진 태양일로부터 지구의 공전까지 고려에 넣은 진태양일, 1년 내내의 진태양일을 평균한 평균 태양일까지로 수정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원자와 수정 시계>
지금 쓰이는 시간은 평균 태양일에 의한 평균 태양시이나 천문학계와 일부 과학계에서는 그것도 부정확하다 해서 천문력 시간(E·T)이라는 새 시간측정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 E·T라는 새 제도는 1955년 9월 「더블린」에서 열린 국제 천주교 연맹 정기총회에서 논의된 끝에 채택이 결정됐다. 이렇듯 정확한 시간이 무엇이냐를 결정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정확한 시계를 만들려는 노력 역시 치열했다. 그리하여 이제는 1천년에 1초 밖에 틀리지 않는 다는 원자시계마저 출현하기에 이르렀다. 원자시계 다음으로 정확한 것이 수정시계인데 현재 1백30년에 1초 정도 틀리는 것이 있다.
그러나 수정시계도 여러 가지로서 국내에서 가장 정확하다는 서울 중앙방송국 등 몇 방송국의 시보용 시계는 하루에 0.09초 즉 약 12일에 1초가 틀린다.
시계를 지닌 사람 쳐놓고 자기 시계가 잘 맞는다고 자랑하지 않는 사람을 별로 없다. 그러나 팔뚝시계쯤에 이르러서는 하루에 5초 이내만 틀린다면 최고급이라 보아 무난하다.
거리에는 탑시계가 많이 늘었다. 그러나 아직 잘 안 맞는 시계도 적지 않다.
그 대표적인 예가 민의의 전당이라는 국회의사당에 설치된 탑시계다. 3면에 노출되어있는 그 탑시계는 일제 때 만들어진 것으로 시대에 뒤떨어진 형임은 물론, 워낙 노후되어 있어 고치는 것이나 새것으로 갈아치우는 것이나 거의 맞먹을 지경이라고 한다. 모시계가 없으니 그것을 만들고 새것으로 갈려면 총비용이 6백 만원은 있어야 된다고 한다. 의사당 건물은 언젠가는 옮기게 될 것이라는 들뜬 생각과 건물 소유주인 시 당국의 구두쇠 정신에 의해 당분간 그 탑시계의 바늘은 꼼짝 않을 듯하다.

<시보제도 없어>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아직 우리나라에서 표준시간을 알려주는 시보제도를 채택하지 않고 있다. 국립 중앙 관상대에선 예산 부족으로 천문과에 시보용 시계를 준비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각 방송국을 비롯한 정확한 시간을 요하는 곳에서는 일본 천문대에서 발표하는 JJY시보를 애신하며 사용한다. JJY는 5·10·15「메가사이틀」로 수시로 시보하므로 단파 수신기를 가진 곳에서는 어디서나 수신 가능하다.
외국의 경우, 큰 공원에는 탑시계는 말할 것도 없고 꽃시계라 하여 꽃밭을 그대로 수십「미터」의 시계로 만들어 놓기도 한다. 시계를 가까이 하는 사람에게서 시간 관념이 박약할 수 없다. 미 국방성의 예를 들면 물론 큰 기관이긴 하지만, 5만대의 전화를 가지고 있는 그곳에 시계가 3만개 설치되어있다 한다. 이런 벽시계나 탑시계들은 전기식이건 「트랜지스터」식이건, 혹은 「수정시계」이건 한 개의 모시계에 회로만 연결하면 수10개 내지 1백여개의 자시계를 설치할 수 있으므로 많은 비용이 드는 것이 아니다.
수정시계도 작년에 모시계 제작사에서 시작하여 어느 정도 성공한 일이 있다. 물론 「다이오드」 및 수정결정 등을 수입해서이지만, 기타의 모든 시계 탑시계 탁상시계 벽시계 팔뚝시계 등이 국내 10여「들이커」에서 제작된다. 작년에는 각종 시계 도합 24만개를 만들어 동남「아시아」에 수출까지 하여 많은 외화를 벌어들였다. 일본 보다 기후가 좋은 한국이므로 기후에 민감한 어느 부분품은 일본제보다 우수한 것이 나온다고 한다. 많은 탁월한 기술진을 갖고있는 우리나라는 정부의 좀더 적극적인 뒷받침만 있으면 동양의 「스위스」가 될 수 있는 입지적 여건을 갖고 있다고 한다. <과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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