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금고털이 경찰 5년 전 잡을 수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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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여수우체국을 턴 금고털이범과 현직 경찰관이 과거에도 여러 차례 다른 범죄를 함께 저질렀다는 말을 지인에게 털어놓았다는 내용의 법정진술이 5년 전 나왔던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당시 경찰과 검찰은 이 같은 진술 내용을 파악하고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달 여수우체국을 턴 혐의로 구속된 박모(44)씨와 김모(44) 경사의 여죄 의혹은 2008년 6월 여수 지역 한 기업 업주와 직원 간의 맞고소 사건 수사, 재판 과정에서 불거졌다.

당시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업체 관계자가 “금고털이범 박씨로부터 ‘김 경사와 공모해 여수에서 은행을 털었다’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또 이 업체의 대표도 검찰 조사를 받을 때 “박씨로부터 ▶여수 안산동 축협 현금지급기 절도 사건 ▶돌산 우두리 새마을금고 현금인출기 절도 사건 등을 저질렀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들은 지금까지 미제로 처리돼 왔으나 최근 경찰이 박씨와 김 경사의 공모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재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들이다.

 이 같은 내용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경찰과 검찰의 수사 미흡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박씨가 친구 사이인 김 경사와 공모해 범행한 사실을 공공연히 말하고 다녔는데도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광주지검 순천지청 관계자는 “일각에서 제기된 수사 묵살 의혹 등은 억측인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직원 등을 상대로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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