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기자 10초만에 푼 수갑, 119출동까지…황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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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조사 중 달아났다 지난 25일 다시 붙잡힌 성폭행 피의자 노영대(32)는 오른 손목에 채워진 구형 철제 수갑을 풀었다. 2006년 이전에 만들어진 구형 철제 수갑은 현재 일선 경찰에 1만1000개나 보급돼 있다. 수갑 톱니가 닳아 조금만 느슨하게 채우면 피의자가 풀 수도 있다. 실제 본지 여기자가 자신의 손목에 수갑 톱니를 10개만 채운 뒤 실험해 본 결과 10초 만에 수갑을 푸는 데 성공했다. [중앙일보 12월 28일자 14면]

 구형 수갑은 또 열쇠가 잘 안 맞거나 부러지는 경우가 많아 수갑을 풀기 위해 119가 출동하는 ‘해프닝’도 종종 일어난다. 신형 수갑은 보급이 제대로 안 되는 데다 무거워 일선 경찰 중엔 아예 자비로 ‘사제’ 수갑을 사는 경우도 많다. 주로 국산에 비해 더 가볍고 튼튼하다고 알려진 미국·독일제 수갑을 선호한다고 한다. 한 일선 경찰서 형사는 “낡은 수갑 교체가 원활하게 되지 않아 급할 경우 남대문시장 등에서 외제 수갑을 직접 구입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현재 일선 경찰서에서 가장 많이 쓰는 수갑은 2006년 도입된 알루미늄 수갑이다. 두랄루민(알루미늄 합금) 재질로 무게가 170g으로 가벼워 휴대가 편리하다. 하지만 재질이 약해 강하게 힘을 가하면 휘어질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경찰은 2009년 세 종류의 신형 수갑을 개발했다. 신형 철제 수갑은 무게 260g의 강한 재질로 뒤틀림과 변형을 방지했다. 거칠게 저항하는 피의자를 상대하는 형사계나 일선 지구대에서 주로 쓰인다. 고정식 수갑은 두 손을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도록 길이 15㎝ 플라스틱 막대로 양쪽을 연결했다. 도주 우려가 있는 호송 피의자를 다루는 강력계나 유치장 등에 많이 보급돼 있다. 길이 80㎝의 쇠사슬로 이어 한쪽은 피의자 팔목에 채우고 다른 쪽은 침대나 휠체어 등에 고정하는 한 손 수갑도 있다. 피의자가 용변을 보기 위해 수갑을 풀어줘야 할 때 유용하다. 하지만 신형 수갑의 보급률은 세 종류 모두 합해 전체 수갑의 10%도 안 된다. 경찰청은 다음달 중 전국적인 수갑 실태조사를 최초로 실시할 계획이라고 30일 밝혔다. 경찰은 수갑 상태를 살펴보고 사용연한인 7년을 채우거나 고장난 경우 폐기처분할 계획이다. 경찰은 수갑 관리·사용법 교육도 강화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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