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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국회」21시간 20분|증파안 통과되던 국회의 낮과 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토론 신청」공세>
국군의 월남 증파 동의 안은 21시간의 철야 회의가 강행된 20일 상오11시20분 피로와 여·야의 감정 대립이 뒤엉킨 국회본회의를 통과했다. 하룻밤을 꼬박 넘긴 민중당의「무제한 질의작전」에 대해 체력경주로 맞섰던 공화당도 20일 상오 11시를 넘기고도 계속 토론 신청이 쏟아지자 약간 당황해진 듯. 유청(민중) 의원의 토론이 끝나자 이상희(공화) 의원이 의사진행 발언으로 등단-.

<「마이크」 채가고>
민중당 의석에서『내려가라』는 고함소리가 나오고 신인우(민중) 의원이「마이크」를 낚아 채갔다. 그러자 공화당의 권오석·방성출 의원 등이 달려나와「마이크」를 내놓으라고 밀치락거려 분위기는 일촉즉발, 그러나 여·야는 과격한 행동만은 피했고 결국 이 의원은 「마이크」없이 토론종결을 동의, 표결 결과 재석 1백21명 중 가95표로 싱겁게 넘어갔다.

<지쳐버린 「기립」>
『또 날치기야』 민중당 의원들이 의석에서 고함을 지르고 계속 단상에 밀려들 기세를 보이자, 장 부의장은 11시15분「정회」를 선언한 뒤『여·야 총무단의 양해가 성립되었다』는 것을 알려 11시19분 조용히 증파안을 표결했다. 피로에 지친 민중당 의원들은 찬성 기립하는 여당 의석을 멍하니 지켜본 뒤『반대하는 분은 기립해 주시오』하는 사회자 말에 묵묵히 기립.

<깨워도 막무가내>
19일 낮2시반부터 시작된 본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 중 이동원 외무는 조통숙 의원이 질의를 시작한 새벽 1시15분쯤 비스듬히 옆으로 기울어진 고개를 의자 모서리에 기댄 채 깊이 잠이 들어버려 아주 잠든 자세.
뒤에 앉아있던 구미국장이 흔들어 깨웠으나 이를 묵살, 3시까지 계속 잠을 자다가 정책질의가 끝나고 대체토론이 시작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벌떡 일어나면서 책상 위의「컵」을 엎어 물을 쏟아놓고도 챙길 염도 내지 않고 귀찮다는 듯이 퇴장, 귀가해 버렸다.

<여·야는 체력 경주>
정일권 총리 답변이 계속되는 동안 19일 밤11시45분쯤 장 부의장은 정회를 선포, 「강행」「지연」으로 맞선 여·야의 총무회담을 제의, 20일 새벽 0시50분까지 계속 했으나 이 의장이『19일 중 질의를 종결, 21일에 표결하도록 하는 게 어떠냐』고 극으로 맞선 여·야 총무들에게 절충안을 냈는데도 불구하고 여당의 거부로 결렬-.
이에 따라 여·야는「체력경주」를 속행-.

<토요일 노이로제>
공화당의 심의 강행에 잔뜩 불만을 품고 있던 야당 의원들은 발언대에 올라서면서 한결 같이「비정상적인 국회 운영」을 비난하고「조급한 통과」를 서두르는 이유를 따졌는데 특히 신인우 의원은『국군이 새벽 차로 떠나느냐』고 비꼬고『66연도 예사안과 청구권 자금 관리법 등이 토요일에 철야로 처리되었는데「증파」도 토요일에 통과시키려 하고있다』고 말하면서「토요일 노이로제」에 걸렸다고-.

<진돗개 보호부터>
증파안의 국회 통과를 강행한 공화당이 그 여세를 몰아 국회본회의장에 예결특위 회의장을 만들어놓고 20일 정오부터 정부의 관계장관들을 대기시키는 등 추경예산안 심의마저 계속 밀고 나가려 하자, 민중당 소속 예결 위원들은 점심을 시켜다 먹으며 비상 대기-.
만 21시간 20분 동안의 증파안 본회의 심의를 치르느라고 여·야 할 것 없이 의원들은 모두 기진맥진, 졸고있던 류진(민중) 의원, 『공화당 사람들 말야, 「진돗개 보호법」을 만들자는 사람들이 국회의원 몸은 망쳐도 좋다는 건가』라고 푸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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