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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올빼미 국회가 됐나|증파 동의안 강행 처리의 공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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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국회는 증파 동의안의 본질적인 문제에서 보다 여와 야의 정략, 그리고 감정의 대립 속에서 철야 회의를 강행하였다. 공화당과 민중당은 국군의 월남 증파안을 올려놓고 19일 하오 2시부터 19시20분까지 21시간 동안 상대편이 충분히 이해하기보다는 지칠 때까지 버틴 끝에 통과시켰다. 토론과 질의는 시간을 끌어가는 것 이상의 의미가 없는 것이 되었다.
여와 야의 대화는 끊어져 있었다. 이 때문에 국회는 토론과 설득과 타협이라는 정상 기능을 완전히 잃었다. 이러한 출구를 막아버린 대립은 공화당과 정부의 의사강행에서 발단되었다. 정부는 회기 17일을 남기고 증파안을 내놓았고 뒤이어 회기 10일을 남기고 제1회 추경예산안을 제출하고, 계속해서 21일에는 지불보증 동의안을 내놓았다.
박 대통령은 추경안이 제출된 뒤 정부·여당 연석회의를 열어 이 세개의 안건을 회기 말까지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공화당은 세개의 안건을 처리하기 위한 국회의 심의강행「스케줄」을 짰다. 민중당은 정부·여당의 이 같은 방침은 국회의 충분한 심의를 의식적으로 기피하는 독단으로 단정, 봉쇄로 대항키로 했다.
야당의 심의「보이코트」가 여당의 손쉬운 단독 처리를 열어줄 뿐이라는 경험을 갖고 있는 야당은 이번 경우 지연전술로 맞섰다. 국군의 월남 증파안만 이번 회기에 처리한다는 것이 민중당의 방침이었다. 추경예산안은 각 당위심사에서 야당의 까다로운 조건에 걸렸다. 19일 새벽 공화당은 재경위원회에서 힘으로 추경예산안을 처리했다. 야당의 수정공세를 깡그리 깔아버리고 의사규칙도 무시한 채 통과시킬 것이다. 야당의 저항은 이때부터 증파안은 야당의 의식적인 지연에 걸리지 않았다. 국방위·외무위 연석회의에서는 순조롭게 질의와 토론이 전개됐다. 특히 18일 국방위·외무위 연석회의는 찬성 2명, 반대 2명으로 토론을 제한하는 것까지 여·야의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졌다. 19일 하오 민중당의 분노가 고조된 가운데 증파안은 본회의에 이틀째 상정되어다. 공화당은 밤을 새워서라도 처리를 끝내기로 했다.
재경위의 공화당 날치기에 자극된 민중당은 19일 중 통과를 막기 위해 무제한 질의와 토론을 선언했다. 이날 자정까지도 민중당의 질의가 계속되자 이효상 의장은 타개책을 찾기 위해 총무회담을 열었다. 그러나 공화당 「기필 통과」를, 민중당은「토론을 간단히 끝내고 21일에 표결하자」는 주장을 내세워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아 결렬되었다.
공화당은 어차피 통과될 안건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밤을 새우려는 민중당을 아예 도외시했다. 국군 월남 증파는 문제의 밖으로 밀려난 느낌이었다.
이처럼 국회의 심의에 무리가 많았다는 것 때문에 증파안은 본질적인 문제에서 벗어나 버리고 말았다. 여당은 증파안의 영향이 어떻게 되건 말건 「통과방침」을 모든 것에 우선시켰고, 야당은 핵심의 변두리를 맴돌면서 「지연」시키는데만 전 신경을 썼다.
말하자면 국회는 월남전쟁이라는 무한전쟁에 모두 4만이라는 한국 병력을 투입하면서도 그에 따른 영향을 심각히, 그리고 진지하게 측정해보지도 않은 채 증파 결정을「원내 전략」의 산물화해 버린 것이다. 여·야의 극히 적은 한두 의원을 제외하고는 파병안의 핵심을 파악조차 못하고 넘기고 말았다.
국회가 의안을 속결하는데에만 치중하고 또「통과시켜야 한다」는 어떤 전제하에서만 운영될 때에 국회의 토의과정은 가식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문제는 앞으로 쏟아져 나올 것이다. 벌써 14개조항의 미측 각서에서 흠이 드러나기 시작했지만, 국회는 개운하게 끝장을 짓지 못했으며 더구나 국군 장비의 현대화, 대공 방위태세를 비롯한 극동 및 동남아에서의 대공 태세, 한국의 외교적인 지위 등에 대해 우리 국회는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말았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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