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마지막 기회마저 놓쳤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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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3호 31면

단일화 과정은 험했지만 안철수 전 후보는 결국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다. 이정희·심상정 후보도 사퇴했다. 선거 핵심 쟁점이었던 경제민주화는 중도좌파 정당이 주도했어야만 하는 내용이다. 민주통합당은 대통령선거 실패를 안 전 후보나 이 후보, 언론 혹은 다른 누군가의 탓으로 돌릴 수도 있을 거다. 내 생각에 문 후보는 민주당이 선출할 수 있는 최고의 후보였지만 민주당은 “우리가 후보를 잘못 골랐나?”라고 물을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민주당 안에 있다.

민주당의 메시지부터 시작해보자. 당 전략가들은 ‘정권교체’가 효과적인 메시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난 4월 총선 당시 ‘MB 심판’이라는 구호와 다를 것이 뭔가? 민주당이 비교적 젊은 세대를 겨냥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핵심 메시지는 긍정적이었어야 했다. “우리에게 표를 달라. 그 이유는 이렇다”라는 식이었어야 한다. 민주당은 ‘반대하고 투쟁하자’는 낡은 386 학생운동 사고방식에 갇힌 것 같다.

이번 선거는 정치적 스펙트럼에서 볼 때 민주당이 서 있는 곳에 가까운 지점에서 진행됐다. 민주당으로서는 매력적인 무엇인가를 제시하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 않은 구도였다. 그러나 민주당의 시위 마인드와 네거티브 스타일은 과거에 초점을 맞췄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계속 언급하는 것은 비생산적이었다. 지금은 2012년이지, 1972년이 아니다. 20대와 30대는 박 전 대통령을 독재자로 인식할지는 몰라도 그를 진정으로 미워하기엔 너무 어리다. 박 전 대통령을 기억할 정도로 나이가 든 세대는 사실 그를 좋아하는 경향을 보인다. 민주당은 불편하더라도 이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복지 정책 접근도 잘못됐다. 난 민주당이 “지금 살기 힘들고 괴로운 건 이명박 때문이다. 우린 돈을 더 제공할 테니 더 나아질 거다”라고 말할 뿐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동정 같다. 하지만 한국은 출세 지향적인 사회다. 민주당은 “유권자 여러분이 원하고 누릴 자격이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겠다”는 식의 메시지를 냈어야 한다.

재벌 정책도 마찬가지다. 재벌가가 시장지배력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것은 사회주의가 아니다. 주주의 동등한 권리를 보장하며(결국 회장 개인이 기업 그 자체인 게 아니라 기업은 주주들이 함께 소유하는 것이니까), 또 더 공정한 시장을 보장한다는 의미에서 순수 자본주의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민주당의 재벌 정책은 반기업적인 인상을 줬다.

많은 젊은 투표자에게 민주당은 새누리당만큼이나 매력이 없다. 민주당의 똑같은 인물과 계파에 싫증 나 있다. 민주당은 2007년 선거에서 참패한 후 이런 점을 고쳤어야 했지만 못했다. 당내 너무 많은 사람이 손해를 보기 때문이겠지만 배가 가라앉고 있다면 그 배의 선장인 게 무슨 소용인가.

북한 문제도 있었다. 북한 이슈는 표를 가져다주진 않지만 표를 잃게 할 수는 있다. 대다수 국민은 모종의 포용정책을 원하지만 북한 정권에 너무 잘해주는 것은 중도파들을 의심에 젖게 만든다. 임수경과 같은 인물이 국회의원이 된 것은 유권자에게 “당신 표 없어도 괜찮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민주당은 대신 더 젊고 개방적이며 구식의 이념·사고에서 자유로운 전문가들을 영입했어야 한다. 재벌 개혁을 복수가 아닌 경제적 기회로 보는 사람들, 불필요하게 분열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변화를 가져올 사람들 말이다. 안철수 전 후보 같은 인물 얘기를 하는 걸로 들릴 수도 있겠다. 개인적으로 올해는 안 전 후보에게 좀 이른 시기였다고 봤지만 2017년은 그렇지 않다. 그가 경험을 쌓고 제대로 된 사람들로 정당을 만든다면? 민주당은 과거를 얘기하는데 그는 미래를 얘기한다면? 안 전 후보가 민주당을 앞지르고 민주당을 하위 정당처럼 부릴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민주당은 지금 같은 상태로는 장래의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을 것이다.



다니엘 튜더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철학·경제학을 전공한 후 맨체스터대에서 MBA를 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처음 방한했으며 2년 전부터 서울에서 특파원으로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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