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3%, 일자리 12만 개↓… 내년 경제 만만찮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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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 경제성장률을 3%로 전망했다. 특히 새 일자리는 올해보다 12만 개 적을 것으로 관측했다. 새 정부 앞에 놓인 경제 상황이 간단치 않다는 얘기다.

 정부는 27일 청와대에서 현 정부 마지막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열고 내년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정부 교체기여서 이번 경제정책 방향은 ‘방향’을 담기보다 새 정부를 위한 판단 자료 제시에 주력했다. 이 내용은 박근혜 당선인에게 전달됐으나 당선인 측의 별다른 반응은 없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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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전망은 별반 나아질 게 없는 내년 경제에 대한 정부의 확인 도장이다. 3%는 국내외 전망의 중간쯤(LG경제연구원 3.4%, 노무라 2.5%) 되는 수치다. 정부는 기존 전망치는 4%였다. 전망을 바꾼 주요 이유는 두 가지다. 개선될 것으로 보였던 유럽 경제 위기가 장기화됐고, 유가가 예상(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100달러)보다 덜 내렸기 때문이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올해가 가기 전 경제 주체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는 게 책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3%가 갖는 의미는 생각보다 혹독하다. 우선 3년 연속으로 잠재성장률(3.8%)을 밑도는 성장이다. 게다가 재정부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분기 성장률이 1%를 밑돌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까지 상황을 감안하면 아홉 분기 동안 0%대 성장을 하는 셈이다. 지독한 ‘게걸음 경제’다. 특히 재정부는 “내년 1분기 국제금융시장의 위험도가 매우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가 끝내 삼(3)이란 숫자는 포기하지는 않았지만 올라갈 가능성보다는 내려갈 가능성이 더 크다. 재정부 관계자는 “이번 전망은 경제를 책임지는 정부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가장 낮은 전망치”라고 말했다. 정부의 정책 의지를 빼면 2%대 성장에 머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위험 요인은 한 둘이 아니다. 재정부는 ‘끝나지 않은 도전’이란 표현을 썼다. 세계 경제 전체가 얼어붙었다. ‘신흥국은 상대적으로 낫다’는 식의 분석도 이제는 자취를 감춰가고 있다. 선진국이 불황 타개책으로 돈을 풀면서 한국 같은 신흥국은 외화 유출·입과 원자재 가격 상승에 대한 걱정까지 안게 됐다. 여기에 일본 우익 정권 출범, 북한 미사일 문제 등 정치·지정학적 위험까지 겹쳤다.

 우울한 전망 속에서 당장 급한 불은 일자리다. 올해 44만 개였던 신규 일자리는 내년 32만 개 수준에 그칠 것으로 재정부는 전망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년 경제의 최대 과제는 일자리와 가계부채 해소”라며 “두 가지 문제를 완화하지 못하면 중산층 복원은 어렵다”고 말했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 전망(2.7%)은 높진 않지만 국제곡물가 상승 등 위험 요인이 도사리고 있다. 경제정책 방향을 짜면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국민이 꼽은 최대 경제과제는 물가안정(57.1%)이었다. 한국 경제의 마지막 버팀목인 경상수지 흑자도 올해(420억 달러)보다 120억 달러 적은 300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문제는 이를 타개할 동력이 민간에선 쉽게 찾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상목 국장은 “주요 기업이 투자 확대에 여전히 보수적”이라고 분석했다. 결국은 불황을 건널 징검다리는 정부 몫이 됐다. 올해의 경우 정부부문의 성장 기여도가 0.5%포인트로 2009년 이후 가장 컸다. 그래서 정부는 새 정부 출범 전까지 재정 조기 집행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국회에 계류 중인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 등 민생 법안의 조속한 처리도 주문했다. 한 가닥 희망은 정부가 ‘주택 가격이 바닥을 치고 있다’는 분석을 경제 전망 보고서에 소개했다는 점이다. 강중구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아직 금리 인하 여지가 있는 만큼 이를 충분히 활용하고 재정 조기집행을 확실하게 챙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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