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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리뷰] 백건우 '포 레'

중앙일보

입력

프랑스 작곡가 가브리엘 포레는 파리 마들렌 성당 등에서 평생 오르가니스트로 활약했지만 오르간곡은 단 한곡도 남기지 않았다.

하지만 쇼팽과 마찬가지로 포레도 살롱을 늘 드나들면서 자신이 작곡한 피아노 음악을 연주했고, 지금도 많은 곡이 남아 있다. 피아니스트들이 즐겨 연주하는 스탠더드 레퍼토리는 아니지만, 포레가 남긴 녹턴.바르카롤(뱃노래) .발라드.즉흥곡.무언가(無言歌) 등을 들어보면 마치 감추어졌던 보석을 발견한 듯한 느낌이다.

전형적인 멜로디스트답게 물 흐르듯 차분하고 섬세하게 진행되는 악상은 시적인 감흥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중간 음역을 사용해 화려해 보이지는 않지만 깊이와 풍부한 울림이 일품이다. 자연스러운 전조(轉調) 로 몽상적인 분위기마저 자아낸다.

포레의 피아노곡에는 슈만.쇼팽뿐만 아니라 리스트의 영향도 엿보인다. 그러니 1982년 파리에서 리스트의 피아노곡 전곡 연주회를 선보인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포레의 작품에 눈을 돌리게 된 것도 어쩌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더구나 그는 드뷔시.라벨 등 프랑스 음악의 해석에도 정평이 나있다.

데카 레이블로 출시된 새 음반은 포레의 음악적 개성을 잘 드러내는 작품들로 선곡됐다. 2분 내외의 '무언가'에서부터 16분 가까이 걸리는 '발라드'까지, 산책하는 기분으로 피아노의 선율에 몸을 맡길 수 있는 정감어린 앨범이다.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오는 19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파리앙상블과 함께 라벨의 '피아노협주곡'을 연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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