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본격화됐는데도 울고 있는 고덕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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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은기자] 재건축사업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서울 강동구 고덕동 고덕주공 아파트들이 울상을 짓고 있습니다. 조합원 분양신청을 마치는 등 사업에 속도를 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곳곳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지난 19일 조합원 분양신청을 마친 고덕주공3단지. 조합원들의 참여가 저조해 분양신청 기간을 한달 가량 늘리는 등 우여곡절 끝에 조합원 분양 신청을 마쳤습니다.

그런데 당초 예상과는 달리 조합원들이 일부 인기 평형에 몰리면서 설계변경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고덕주공3단지 재건축조합에 따르면 최근 마감한 조합원 분양신청에서 총 2580가구 가운데 2573가구가 분양 신청을 마쳤습니다. 현금 청산자가 거의 없는 만큼 사업이 순조로울 것으로 예상됐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대형 평형에 신청자가 거의 없었습니다.

조합원들의 분양접수 결과 전용면적 59㎡형 446가구, 84㎡형 1974가구, 114㎡형 150가구, 142㎡형 3가구, 165㎡형 0가구 등으로 집계됐습니다.

대형 평형 쪼개 중소형으로

문제는 이 같은 신청 결과가 사업계획 승인을 받은 기존의 설계안과는 크게 다르다는 것에 있습니다. 84㎡형에 신청자가 몰리면서 해당 주택형에 입주하기를 원하는 조합원 가운데 30% 가량이 대형 평형을 배정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고덕3단지가 강동구청으로부터 사업승인을 받은 당시에는 59㎡형 701가구, 84㎡형 1423가구, 114㎡형 1121가구, 142㎡형 180가구, 165㎡형 54가구를 건설할 계획이었습니다.

이 같은 사업계획 변경으로 재건축 사업 지연은 물론 사업비 증가 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조합은 설계안을 바꾸고, 이 설계안을 토대로 조합원들의 의견을 묻는 설계변경총회를 거쳐 서울시의 건축심의를 다시 받아야 합니다.

여기에 사업시행인가 변경인가와 관리처분인가 변경 등 행정절차를 다시 밟아야 합니다. 따라서 앞으로 1년 6개월 가량은 사업이 지연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고덕3단지 조합 관계자는 "사업이 지연에 따른 조합원 부담금은 다소 늘어날 수 있겠지만 조합원들이 원하는대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무상지분율(조합원 보유 대지지분 대비 공짜로 새 집을 받을 수 있는 비율)을 놓고 시공사와 갈등을 겪고 있는 고덕주공7단지도 설계변경에 따른 사업지연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지난 2010년 7월 시공사로 선정된 롯데건설로 부터 무상지분율 163%를 약속받았지만 경기 침체 등으로 건설사가 사업을 꺼리면서 어려움을 겪어 왔습니다.

조합은 시공사를 압박하기 위해 본계약을 뒤로 한 채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함과 동시에 시공사와의 협의를 진행해왔는데요. 최근 시공사인 롯데건설이 설계변경을 요청해오면서 설계변경 작업에 돌입하게 됐습니다.

대형 평형을 대폭 줄이고 중소형 아파트를 많이 지어 사업성을 좋게 하지 않으면 미분양 우려가 크기 때문입니다. 사업 성패를 떠나 조합원의 집을 늘려주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재건축 사업인 만큼 손해를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입니다.

이에 따라 조합은 가장 큰 주택형인 60평형을 없애고 50평형을 대폭 줄이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조합은 당초 낡은 아파트를 허물고 1608가구를 신축할 예정이었지만 변경된 설계에 따르면 1800가구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7단지 조합 관계자는 "시공사와의 가계약 당시 '설계변경에 따른 조합원의 부담이 늘어나지는 않는다'는 항목이 있었던 만큼 추가 부담금이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내년 3월에 착공할 예정이었던 당초 계획보다는 사업기간이 1년 6개월 가량 늘어나겠지만 미분양으로 고통을 받는 것 보단 이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공짜 새 집'…오히려 '발목'

고덕재건축 단지 중 가장 높은 수익(무상지분율 174%)이 예상됐던 고덕주공 6단지는 재건축안을 최종 확정하는 등 막바지 절차에 들어갔지만 조합원들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습니다.

3년 전 시공사를 선정할 때만 해도 많은 조합원들은 사실상 '공짜 새 아파트'를 기대했지만 현실에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인근 2단지는 높은 무상지분율을 바라는 조합원들로 인해 집을 지어줄 건설사를 구하지 못한 상황이고 시공사를 이미 구해 놓은 단지들도 본계약을 맺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주민 공람·공고 절차가 마무리되면 구청과 시청의 인허가를 받아 사업을 진행하면 됩니다. 그런데 시공사와 본계약 문제가 남습니다.


6단지 조합 관계자는 "예전 같으면 사업시행 인가가 끝나면 5개월 이내에 관리처분 총회를 마치고 곧바로 철거와 이주에 착수했겠지만 지금으로선 언제 철거한다는 말을 꺼내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합니다.

그는 "시공사인 두산건설이 2010년 가계약으로 174%까지 무상지분율을 제시해 조합원들은 '공짜 새 집'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져 있는 상태"라며 "하지만 이대로는 사업을 진행할 수 없기 때문에 무상지분율 양보하거나 다른 단지처럼 설계변경을 통한 사업성 확보가 필요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경기가 호황기일 때는 서울 재건축 아파트가 잘 팔렸지만 재건축을 마친 고덕1단지(고덕아이파크)도 입주한 지 3년이 지난 지금 미분양 물량을 팔고 있을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다.

2010년만 해도 고덕지구에서 3.3㎡당 최소 2300만원 수준 일반분양을 하면 수익이 날 것이라 예상했지만 강동 보금자리주택 계획이 발표된 후 집값 하락으로 지금은 2000만원 선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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