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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과 소매치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시내「버스」노선에서 전문적으로 소매치기에 종사해오던 일당의 도둑들이 그들을 수사하는 경찰관들에게 거액의 증회를 한 사실이 있다는 보도가 있다. 증회의 액수도 소매치기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의 거액으로 무려 수십 만원이 거래되었다고 하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이와 같은 보도가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는 것이나 만고에 추호라도 부합되는 일이 있다면 이것은 중대한 문제로 철저한 대책이 요구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도 이번의 보도로 명백히 된 것은 소매치기들이 대규모의 범죄조직망을 가지고있다는 사실이다. 이와 같은 사실은 일반적으로 이미 추측되어오기는 하였으나 「백가족파」니 「남호네 식구」니 하는 식으로 확실히 그 정체가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런 유의 범죄단체는 물론 세계적으로 어느 나라에서나 있는 현상이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점차 그것이 양성화해가고 있다는데 특히 주목할만한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외국의 소위「크리미널·신디케이트」에는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반드시 관권이 개재되고있다는 것이 지적되어있다. 미국에서도 이것은 금주법시대 이후 하나의 전통적인 범죄현상을 이루고있는 것이라는 것이 인정되어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이와 같은 사실이 노골적으로 표면화한일은 없었던 것인데 이번의 보도는 우리나라에도 혹 그러한 현상이 있는 것이 아닌가를 의심케 하는 바가 있다.
만고 날치기도당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하고 그들의 범행을 묵인하는 사태가 있다면 이것은 범죄를 수사하는 자가 범인이었다는 참으로 만담적인 결론이 되고 말 것이다. 납세자들은 경찰관을 대할 때 사회악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사람들이라고 하여 경의를 표하여왔다. 그런데 바로 그 경찰관들이 소매치기의 공범자이었다면 이것은 웃지 못할 비극이 아니겠는가.
물론 국민들은 대다수의 경찰관이 성실한 국가의 충복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단 한사람이라도 불순하고 무절제한 경찰관이 있다면 이것은 전 경찰의 명예를 실추하는 중대한 죄과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보도에 의하면 날치기단으로부터 거액의 금전을 받고 자취를 감춘 김모 형사의 행방을 수사 중에 있다고도 하며, 소매치기 전담반, 수사본부 등 수회에 관련된 10여명의 형사들을 조사하고 있다고도 한다. 더 말할 것도 없이 경찰은 최선을 다하여 범인들을 수사하겠지만 우리는 경찰이 그 명예의 회복을 위해서도 가책 없는 책임수행을 해주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러나 한편 생각하면 범죄라는 것은 꼭 일정한 사람만이 범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이라도, 또 언제라도 범죄는 범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경찰관이라고 하여 그 예외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할 때 범법경찰관이라고 하여 이를 과장하여 비난할 이유는 없는 것이라고 하겠다. 그것은 다만 하나의 범죄일 따름이다. 문제는 오직 특별한 대책이 요구되는 범죄라고 하는 것뿐인 것이다.
경찰관들의 차종범죄를 예방하는 방책은 항상 자체의 감사를 엄중히 하는 것 이외는 없다. 타인의 비해 엄한 반면 자체의 비행에 관대한 태도를 버리고 자체의 반성을 가하는 것이 특히 요구되는 것이다. 우리는 경찰관들이 이번의 범죄수사를 하는데 있어서부터 그러한 태도를 보여주기 바라마지 않는 것이다. 경찰은 이번의 불행을 장래를 위한 행복으로 전환시킬 각오를 가지고 사건의 해결에 대처해야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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