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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시마부장' 출간… 회사원 세계 묘사 탁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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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이 과장에서 부장이 된다는 건 이제 확실히 '간부급'으로 자리잡는다는 의미다.

조직의 리더로서 끊임없이 새로운 기획을 발굴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감에 뒷목이 뻐근해지는 직책. 때로는 부원들에게 회사 경영진의 목소리를 대신 내야 하니 인심을 잃지 않으려면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닌,그런 옹색한 자리다.

'샐러리맨의 필독 만화'로 일컬어질 만큼 한.일 두 나라에서 뜨거운 호응을 얻었던 『시마과장』. 시마과장이 대기업 하츠시바 전산의 홍보부장으로 승진한 이후의 애환을 담은 『시마부장』(히로카네 켄시.서울문화사.4천원) 1권이 나왔다.『시마과장』은 17권으로 완간됐다.

『시마과장』이 그랬듯 회사원 세계의 리얼한 묘사는 여전히 탁월하다. 만화는 부장이 된 뒤 일에 치어 숨가빠하는 그의 탄식으로 시작한다.

"부장으로 승진해 현장에서 멀어져 조금은 한가해질 거라는 생각은 완전히 착각이었다. 이렇게 매일 매일 머리에 뚜껑이 열리도록 바쁘다니…!"

허무감을 느끼는 것도 잠시. 회사의 하루는 다람쥐 쳇바퀴 돌듯 쉼없이 바쁘게 돌아가고, 그는 어느새 '회사 인간'이 돼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일하는 자리가 바뀐 것뿐이지 '업무'라는 것 자체에는 변함이 없다." 과장 시절 조직의 비인간적인 생리에 대해 숱하게 갈등하던 모습은 한풀 꺾인 느낌이다.

한편 그의 인간적 면모를 묘사하는 부분에선 철저히 비현실적이다. 쉰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스무살 연하의 어린 애인을 거느린다든가, 파리 개선문에서 콜걸의 유혹을 받는다든가 하는 것이 그 예다.

별로 운동도 하지 않는 것 같은데 배도 안 나왔으며, 어떠한 어려움에 처해도 침착하게 능력을 발휘한다. 적대적 M&A를 필사적으로 저지하는 그의 활약은 기업만화에서나 볼 수 있는 '영웅'수준이다.

『시마부장』은 이처럼 사실성과 비현실성이 절묘하게 얽혀 있다. 어쩌면 『시마과장』때부터의 인기는 이러한 팬터지를 적절히 동원함으로써 회사원 독자들의 욕구를 해소시켜줬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우리의 직장인 만화인 '무대리'나 '홍대리'가 왜소.빈약한 외형에 어딘가 모자란 듯한 모습으로 폭소를 연발하는 것과는 또 다르다.

◇ 히로카네 켄시의 다른 작품은=작가 히로카네 켄시는 국내에 성인 독자가 많다. 특히 한 젊은 정치인이 일본 수상에 오르기까지 다사다난한 역정을 그린 『정치 9단』이 큰 인기를 끌었다.

이밖에 슬픔.애증.욕망 등 인간사의 다양한 이면을 옴니버스식으로 그린 『인간교차?? 방송국 고발 프로그램의 PD를 통해 언론의 실상을 짚은 『라스트 뉴스』 등이 국내에 나와 있다. 리얼리즘 속에 담긴 어딘가 찡한 인간미가 그의 장기다.

만화는 아니지만 소문난 와인 매니어인 히로카네가 시마부장을 등장시킨 와인 강의서 『한손에 잡히는 와인』(쿠켄) 도 최근 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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