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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보다 자신에 잘 어울리는 스타일이 미의 창조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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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화제가 된 배우 채시라의 레드 립 메이크업, 헐리우드 고전 영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았던 엄지원의 2007년 부산영화제 레드카펫 스타일, 로맨틱하고 사랑스러운 신부 그 자체였던 김희선과 강혜정의 웨딩 메이크업 …. 화제를 몰고 왔던 이들의 스타일은 모두 메이크업 아티스트 김활란(42) 원장의 손길을 거쳐 탄생됐다.

글=하현정 기자 , 사진=장진영 기자

메이크업 아티스트 김활란은 ?미의 창조는 자신이 가진 미를 돋보이게 하는 데에 있다?고 말한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청담동 뷰티숍 ‘뮤제네프’는 어느 때보다 분주하다. 연말 시상식 등 각종 행사가 많은 시즌이기 때문이다. 배우나 가수뿐 아니라 일반 손님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이쪽 저쪽 작업실을 오가며 배우와 손님들의 메이크업을 체크하는 김활란 원장의 손과 발은 한 시도 멈출 새가 없다. 그의 스케줄 표에는 연말 연초까지의 일정들이 깨알같이 메모돼 있다.

그가 이렇게 바쁜 이유는 톱 스타들의 전담 메이크업 아티스트기 때문이다. 2003년 뷰티숍 오픈 이후 많은 배우들이 그의 손을 거쳐 미의 여신이 됐고 패셔니스타가 됐다. 송윤아, 채시라, 하지원, 정혜영, 김효진, 신세경, 김윤아가 그들이다.

본래의 이미지 바탕으로 아름다움 강조

드라마나 영화 캐릭터의 스타일링을 위해서는 많은 이들의 재능과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드라마 ‘다섯손가락’의 채시라도 마찬가지였다. 캐릭터를 분석하고 스타일리스트와 논의해 씬마다 의상을 체크하고 이에 맞는 메이크업을 완성했다. “재벌가 회장이면서 내면에 아픔을 갖고 있는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서 차갑지만 고혹적인 느낌을 가미한 스타일을 하기로 했어요. 깔끔하게 매트한 피부에 레드 컬러로 입술에만 포인트를 줬는데, 채시라의 당당한 이미지와 잘 맞아 떨어져서 좋은 평을 받았죠.”

연기자들은 종종 “전혀 새로운 스타일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럴 때마다 김 원장은 “변신보다는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을 하라”고 조언한다. 변신을 해서 주목받기보다는 자신이 가장 예뻐보이는 스타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근거 없는 변신은 남의 옷을 입은 듯 어색하기만 할 뿐이죠.”

그의 조언 덕분에 많은 연예인들은 자신의 개성을 살린 스타일링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2007년 화제가 됐던 부산영화제 레드카펫의 엄지원이 대표적이다. 글래머러스한 화이트 드레스에 레트로 스타일의 핑거 웨이브와 레드 립 컬러는 헐리우드 고전영화에서 튀어나온 여배우 그 자체였다. 엄지원은 그해 부산영화제의 베스트드레서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클래식한 드레스를 보는 순간 ‘레트로’로 가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엄지원씨는 도시적인 느낌도 있지만 고전적인 아름다움이 있다고 평소 생각했었거든요. 배우도 제 의견에 동의해줬죠. 그래서 의상, 헤어와 메이크업, 연기자의 이미지 삼박자가 잘 어우러진 스타일링이 완성된 겁니다.”

화제 된 김희선·강혜정 웨딩 메이크업

세간의 주목을 끈 김희선의 결혼식 스타일링도 김 원장의 작품이다. 로맨틱한 헤어 스타일에 사랑스러운 메이크업은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신부들에게 웨딩 헤어 메이크업의 가이드 라인이 되고 있다.

“메이크업이 미모를 가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이미 너무 예쁜 얼굴이었으니까요. 내추럴 메이크업을 하되 동그랗고 예쁜 눈을 더 또렷하고 반짝이게 연출했어요. 펄 섀도를 눈 아래 쪽에 살짝 발라 포인트를 주었죠.”

귀엽고 발랄한 이미지를 살린 배우 강혜정의 웨딩 스타일링도 화제를 몰고 왔다. 세미 스모키 메이크업을 해 당당하면서도 도시적인 이미지의 신부를 선보였던 배우 김효진의 패션잡지 웨딩 화보도 크게 이슈가 됐었다.

예순 넘어까지 현역서 메이크업 하고싶어

파리나 뉴욕 등 해외컬렉션 시즌이 되면 김 원장은 더 분주해진다. 메이크업 트렌드 분석을 위해서다. 어떤 의상이 유행인지 파악한 다음 그에 어울릴만한 메이크업을 구상한다. 그가 제안하는 내년 봄 메이크업 트렌드는 ‘윤곽 메이크업’. “볼과 턱선, 코, 눈매 등을 더욱 입체적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서 셰이딩에 중점을 두는 메이크업이죠. 메탈릭한 섀도를 이용한 아이 메이크업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아요. 피부 표현은 물광 메이크업의 인기가 한풀 꺾이면서 매트해 보이지만 빛이 나는 ‘빛광’ 메이크업이 인기를 끌 거라고 생각해요.”

소속사가 바뀔 때마다, 새 작품에 들어갈 때마다 뷰티숍을 바꾸는 연예인들이 많다. 하지만 김 원장에게 얼굴을 맡기는 이들은 움직임이 거의 없다. 이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김 원장의 매력은 ‘친구 또는 언니 같은 편안함’이다. “여러 분야에서 강조되고 있지만 이 시대가 원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가져야 할 중요한 자질은 ‘소통’이라고 생각해요. 사람과 사람이 마주하며 작업하기 때문이죠. 원하는 스타일을 연출하는 과정에서도 의견을 조율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

이처럼 트렌드를 분석하는 힘과 편안한 작업 스타일은 그가 10년째 대한민국 대표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활동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메이크업실에 들어서면 김 원장은 늘 설렌다. “배우들은 영화제, 시상식, 화보 촬영, 드라마 촬영 등에 앞서 저를 찾죠. 일반 여성들도 결혼식이나 중요한 자리에 갈 때 저에게 메이크업을 받고요. 자신이 가장 돋보여야 하는 곳에 갈 때 저를 찾는 거죠. 그런 순간을 함께하고 책임진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에요.”

김 원장은 그런 행복한 작업을 예순을 훌쩍 넘어서도 계속 하기를 꿈꾼다. “그때가 되면 트렌디한 메이크업을 하면서 바쁘게 작업하기보다는 제 나이에 맞는 연예인과 손님들을 대하며 거기에 맞는 작업을 하겠죠. 그들의 빛나는 순간을 더욱 돋보이게 해주면서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의 제 역할을 하고 싶어요. 오랫동안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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