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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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미동도 않는
구중궁궐의 천년을
설레이는
춘뇌.
모란의 그림자는
원삼.
찢어지고
또 엄연한데
영화여,
긴긴
쇠잔의 역정을
한 줌 흙의 제단에
호곡 없이
향도 없이
곱게
받쳐들라.
잠시 머무르다 또 가는
윤회.
거역은 거역을 낳고
순종은 순종을 낳는
정리의 끝에서
어진 마음으로 돌아가.
돌아가,
매만져 보는 가냘픈 망실.
한을 깨물고
피어 나는
자애여.

<글 정종식·사진 이중식(덕수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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