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국민 대통합’ 인사 원칙 지켜져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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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그제 첫 번째 인사를 단행했다. 당선인 비서실장과 수석대변인, 그리고 수석 휘하의 두 대변인이다. ‘인사는 만사(萬事)’라고 한다. 특히 첫 인사는 자리의 무게와 상관없이 많은 국민에게 앞으로 이어질 숱한 인사의 나침반 내지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네 직책에 대한 인사는 잘 이루어졌는가. 친박(親朴)으로 불리는 박근혜계 인사나 영남 출신이 없다는 점은 일단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윤창중 수석대변인을 놓고는 야권은 물론 여권 내부에서도 반발하거나 의아해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박 당선인은 당선 직후 화해와 대탕평책을 강조했다. “더 열리고 겸손한 마음으로 다 함께 국가발전과 국민 대통합, 국민 행복에 동참하도록 더 노력하고 분발할 때”라고 말했다. 선거 유세 중에도 “역대 정부들이 이뤄내지 못했던 국민 대통합의 새 역사를 시작하겠다”고 다짐했다. 문제가 불거진 것은 윤 수석대변인의 그간 언행이나 글들이 화해·탕평·대통합과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그는 야권에 합류한 인사들을 ‘정치적 창녀’로 묘사했고, ‘정치적 패륜’ ‘더러운 안철수’ 같은 원색적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민주통합당이 “극우보수적 가치관으로 극단적, 분열주의적 언동을 일삼아 왔던 분”이라며 수석대변인 임명을 철회하라고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당사자인 윤 수석대변인은 어제 새누리당 당사에서 인사말을 통해 “제가 쓴 글과 방송에 의해서 마음의 상처를 입은 많은 분들께 송구스러운 마음”이라고 사과했다. 말로 사과하기는 쉽다. 윤 수석대변인은 앞으로 새 정부 출범까지 남은 두 달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비록 2개월짜리 대변인이라 하더라도 과거의 편가르기식 공격적 언사를 단 한 번이라도 되풀이한다면 박근혜 정부 전체가 싸잡아 욕을 얻어들을 게 뻔하다. 수석대변인과 남녀 두 대변인은 인수위 출범과 동시에 인수위 대변인으로 일하게 된다. 수석대변인이 새 정부 정책·진용의 골격이 형성되는 인수위 활동 내역을 국민에게 정확히 알리고 동의를 구하기는커녕 거꾸로 갈등·대립의 빌미나 제공해서야 되겠는가.

 거듭 강조하거니와, 인사가 만사다. 인사 준비 과정에서 균형 잡힌 여론을 얼마나 폭넓게 참고했는지, 보안 유지를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기본적인 검증조차 생략된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번 수석대변인 인사의 경우 누가 어떤 경로로 추천해 임명에 이르렀는지 새누리당 내에서도 수수께끼라 한다. 인사의 투명성을 높여 의도하지 않았던 잡음이나 파문을 사전에 걸러내는 일이 중요하다. 곧 인수위원장을 비롯한 인수위 진용이 발표되며, 이어 새 정부 조각(組閣)과 청와대 비서진 인선 등 굵직한 인사 작업들이 기다리고 있다. 국민은 인사라는 렌즈를 통해 박근혜 정부의 지향점과 건강도·포용력 등을 면밀히 체크한다. 이번 수석대변인 임명 논란을 향후 인사에서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