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버블? 내년에도 신흥국 채권 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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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요즘 채권투자에 거품이 끼었다는 목소리가 자주 나온다. 반면 당분간 계속 비쌀 것이라 보는 쪽도 있다. 앤드루 웰스(50·사진) 피델리티 월드와이드 인베스트먼트 최고운용책임자(CIO)는 후자에 속한다. 그는 중앙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세계 경제가 회복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내년에도 채권이 최고의 투자처”라고 말했다.

 -채권가격에 거품이 끼었다고 하는데 이제 채권에서 돈을 빼야 할 때인가.

 “채권시장 과열 논쟁이 있는 게 사실이다. 지금의 채권시장 강세가 꺾이려면 무엇보다 세계 경제가 완연한 성장세로 돌아서야 한다. 그래야 각국의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정상화시킬(올릴)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상황은 금방 오기 어렵다. 세계 투자자는 내년에도 채권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 

 -올해 한국에선 미국 하이일드 채권과 일부 신흥국 국채가 인기가 높았다. 내년엔 어떤 채권이 좋은가.

 “가장 추천하고 싶은 건 신흥국 국채다. 내년에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있으니 채권시장 강세는 유지될 것이다. 하지만 선진국 우량 국채 가격은 너무 높다.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보인다 싶으면 예상보다 빨리 적정가치 수준 근처로 돌아올 수 있다. 여기 투자한 이들이 갑자기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우량 회사채와 신흥 국채 위주 투자가 바람직하다. 올해 같은 고수익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한 자릿수 후반의 꽤 괜찮은 수익률을 내 줄 것이다.” 

 -신흥국 중 어느 채권을 좋게 보나.

 “피델리티 이머징 마켓 채권 펀드를 운용하는 스티브 엘리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멕시코 같은 중남미 국가 채권, 일부 아시아 국가 채권이 유망하다고 본다. 이들 국가의 신용등급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다. 또 러시아 루블화, 동유럽 국가 통화, 인도 루피화 등의 가치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 

 -주식, 금, 부동산 등 모든 종류의 투자 자산과 비교할 때도 채권이 낫나.

 “그렇다. 채권 중에서 하나 더 덧붙이면, 물가연동채권이다. 세계 각국이 계속 돈을 풀면 2014년께에는 인플레이션 위험이 다시 높아질 수 있다. 특히 신흥국이 농산물 같은 원자재 가격에 민감한 경제 구조다. 따라서 투자 기간을 최소 2년 이상 중장기적으로 보면 신흥국 물가연동채권에도 관심을 가지라고 조언하고 싶다.”

 -내년 세계 경제 주요 키워드는 .

 “역시 미국과 중국이다. 미국은 재정절벽 이슈가 잘 해결되면 내년 3~3.5%의 탄탄한 경제성장률을 유지할 것이다. 반면 극단적으로 재정절벽에 대한 의회 타협이 완전히 결렬된다면 내년에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수도 있다. 중국의 경우 최근 주요 경제지표들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내년 중국 경제는 조심스럽지만 긍정적으로 본다. 그럼에도 아직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상당하다.”

-유럽은 이제 괜찮은 건가.

 “유럽 경제의 전망은 밝지 않다. 유럽 주변국의 불가피한 구조개혁에 따라 고용 시장이 위축돼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다만 정책 담당자는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잘 알고 적극 대응하고 있다. 유럽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줄었다.”

◆앤드루 웰스 (Andrew Wells)

1996년 초단기 자금인 머니마켓펀드(MMF) 트레이더로 피델리티에 합류한 뒤 2007년부터 글로벌 채권 부문 CIO를 맡고 있다. 영국에 있는 피델리티 월드와이드 인베스트먼트는 2328억 달러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으며, 웰스 는 이 중 687억 달러(약 74조원)의 채권 자산운용을 총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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