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에도 지구촌 곳곳 이상 기후 몸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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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한국은 7년 만에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맞았지만 지구촌은 날씨 탓에 힘든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러시아와 동유럽은 혹한으로 사망자가 속출한 반면, 프랑스에서는 초여름 날씨가 펼쳐졌다. 영국엔 홍수가 났고, 미국 걸프 지역에는 토네이도 발생 경보가 떨어졌다.

 모스크바와 시베리아의 수은주는 각각 영하 25도, 영하 50도까지 떨어졌다. 이는 보통 1, 2월에 찾아오던 수준의 강추위다. 이 때문에 러시아에서만 이달 들어 90명이 숨지고 우크라이나와 폴란드에서도 각 83명과 57명의 한파 사망자가 발생했다.

 반면에 프랑스 등 유럽에서는 20도를 웃도는 이상 고온으로 반팔에 수영복 등 여름 의상이 다시 등장했다. 대서양 연안의 비아리츠는 23일 기온이 24.3도로 1983년 이후 29년 만의 고온을 기록했다.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카타니아는 25일 22도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보됐고, 해발 1000m에 있는 오스트리아의 브란트 마을도 24일 17.7도에 달하는 등 계절 평균기온보다 10도가량 높은 날씨가 이어졌다.

 이처럼 극단적인 기후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에 대해 영국 옥스퍼드대의 팀 팔머(기상물리학) 교수는 “북반구의 제트기류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기권 상층부의 제트기류가 요동치면서 북극의 찬 공기를 러시아 쪽으로 끌어오고 남쪽의 더운 공기를 프랑스 주변국으로 가져왔다는 것이다.

민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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