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칵테일] 진필중과 수원구장 속도계

중앙일보

입력

"돌아보지 마. "

지난 13일 현대 - 두산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세이브를 기록한 두산 마무리 투수 진필중은 진땀을 쏟았다.

최고 1백50㎞를 넘나드는 빠른 공으로 타자를 압도하려고 직구를 던졌으나 전광판에 찍힌 투구속도는 불과 1백30㎞. 깜짝 놀란 진선수는 연이어 직구로 승부했으나 속도는 여전히 1백40㎞를 넘지 못했고, 결국 어깨에 힘이 들어가다보니 처음 두타자에게 연속 2안타를 맞았다.

이때 포수 홍성흔이 다가왔다.

"형, 전광판이 고장났어. "

진선수는 '아차' 싶었고, 평상심을 되찾고 후속타자를 삼자범퇴시키며 팀승리를 지켜냈다.

1차전에서 현대 김재박 감독의 고도의 심리전에 '한방' 을 먹었던 두산 투수들은 수원구장 전광판 속도계와 2라운드를 벌였다.

팬서비스를 위해 전광판에 표시되는 속도계가 고장나 실제보다 평균 10여㎞가 적게 찍혀 나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두산 벤치에서는 투수들이 자신들의 구위에 대해 자신감을 잃을까봐 투구중에는 절대 뒤돌아보지 말 것을 주문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김종문 기자 <jmo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