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체전] 복귀한 금메달리스트 김경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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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사선이 좋아요. 지도자는 아직..."

지난달 벌어진 제41회 세계양궁선수권 대회에서 여자부 2위를 차지하며 화려하게 복귀한 애틀랜타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경욱 (울산.현대모비스)가 충남 홍성의 홍주종합경기장 사선에 섰다.

많게는 13살이나 차이 나는 세계선수권 1위 박성현 (18.전북도청) 을 비롯한 후배들과 나란히 시위를 당겼다. 여자일반부 경기에서 3위 안에도 들지 못하는 부진을 보였지만 경기가 끝날 때마다 후배들의 등을 두드리며 웃어보였다.

"오히려 국내대회가 부담이 커요. 후배들 앞에서 혹시 실수나 하면 어쩌나 싶어서요. "

김선수는 "차라리 지도자 과정을 밟아 후배들과 함께 지내는 게 어떠냐" 고 묻자 고개를 저으며 "나이가 문제라면 다시 활을 잡지도 않았다. 꾸준히 기록을 유지하는 자신의 모습을 항상 목표로 살고 있다" 고 잘라 말했다.

김선수는 1998년 활을 놓고 3년간 사대를 떠났다. 그동안 아들 영재를 얻었고 줄곧 가정에 충실한 '가정주부' 였다. 하지만 지난해 초, 한국체대 빙상코치로 일하는 남편 이임출씨와 식구들의 격려로 다시 사선에 섰다.

"시부모님들께서 격려를 많이 해 주셨어요. 우리 영재도 제가 양궁선수란 걸 아는 나이가 됐는데 좋아하는 것 같아요. "

그래서 요즘은 가끔 아이를 경기장이나 연습장에도 데리고 다닌다. 엄마가 선물해준 미니활을 가지고 운동장을 아장아장 걷는 아들을 보며 김선수는 "나태하거나 부끄러운 선배와 엄마가 되진 않겠다" 고 수없이 다짐한다.

김선수의 꿈은 작지만 커 보인다. 스스로의 기록은 물론이고 가정까지 잘 지켜나가는 선수가 되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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