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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2012 ⑩ 학술] 정약용 리더십 되새기고 치유의 키워드 보듬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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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올해는 다산의 해였다. 탄생 250주년을 맞은 다산 정약용을 기념하는 행사가 잇따라 열렸고, 다산의 모든 저작을 새롭게 정리한 『정본 여유당전서』도 10년만에 결실을 봤다. 위 그림은 다산과 교류했던 초의선사가 1812년 다산이 유배시절 머물던 다산초당을 방문하고 그린 ‘다산초당도(茶山草堂圖·개인소장)’.

국내외 역사 이슈가 끊이지 않은 한 해였다. 역사적 인물·사건을 기리는 행사가 이어졌고, 위험수위를 넘나든 역사 갈등도 적지 않았다. 총선·대선과 맞물린 ‘선거용 학술행사’도 잇따랐다. 교육부가 주도하는 ‘우수 학술지 선정’을 둘러싼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2012 학술계를 키워드 중심으로 돌아봤다.

 ①다산 정약용

 가장 많은 조명을 받은 역사적 인물은 탄생 250주년을 맞은 다산(茶山) 정약용(1762∼1836)이다. 역사적 사건은 7주갑(420주년)을 맞은 임진왜란이었다. 다산과 임진왜란 그 자체가 우리 역사 속 비중이 크기도 하지만 오늘 현실과 맞물려 더 주목받았다.

 경제위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국내외 대형 선거가 겹치며 혼돈스러운 상황이 전개된 일과 무관치 않다. 조선의 르네상스맨 다산을 통해 새로운 리더십을, 임진왜란을 통해 어려움을 이겨내는 용기를 고대하는 마음이 함께 했다.

 다산의 수많은 저작을 모아 기존 오류를 바로 잡고 보다 읽기 쉽게 정리한 『정본 여유당전서』(전37권, 별책 1권)가 10년 작업 끝에 결실을 본 점은 특기할만하다. 다산학술문화재단(이사장 정해창) 주도 아래 전문가 80여명이 참여, 국내외 300여종의 다산 관련 필사본을 조사·수집·대조했다.

 편집위원장 송재소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유네스코가 2012년 세계기념인물로 프랑스 철학자 장 자크 루소, 독일 소설가 헤르만 헤세 등과 함께 한국인으론 최초로 다산 선생을 선정한 해에 이뤄낸 성과라 더욱 뜻깊다”고 밝혔다.

 이밖에 한·중 수교 20주년 기념 행사도 많았고, 20세기를 ‘극단의 시대’로 명명한 영국의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이 95세를 일기로 타계하며 지난 100년을 되돌아보게 했다.

 ②역사 갈등

 정치권에서 촉발된 독도 문제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여파로 한·일 역사 갈등 수위가 그 어느 때 보다 높았다. 양국 간 예정된 학술행사가 열려도 정치권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였다. 이에 비하면 중국과의 갈등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중국이 만리장성을 옛 고구려·발해 영역으로 확장한다는 비판이 다시 불거졌지만 여론을 자극하는 식으로 전개되지 않았다. 미국 의회가 작성한 동북아 고대사 관련 보고서에 중국측 입장이 반영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도 비슷했다. 정확한 정보를 입수해 치밀하게 대응하자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가는 양상이다.

 한국 현대사를 둘러싼 갈등도 적지 않았다. 대선을 앞두고 유신체제와 한국 민주주의를 비판적으로 조명하는 학술대회들이 열렸다. 이런 가운데 진보성향 잡지인 ‘역사비평’ 100호는 지난 30여년간 우리 학계를 관통한 민족·민주·민중의 개념이 지금도 유효한지를 성찰케 하는 특집을 마련해 주목받았다.

『피로사회』의 저자 한병철 교수

 ③인문 힐링

 힐링(Healing·치유) 바람이 인문학으로 확산된다. 한국연구재단 주최 ‘2012년 인문주간’의 주제가 ‘치유의 인문학’이었다. ‘인문 치료’를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도 열렸다. 인간성 상실 현상에 대한 철학적 상담과 치료가 목표다. 인문출판 분야에서 인기를 끈 한병철 독일 카를스루에 조형예술대 교수의 『피로사회』 역시 현대인의 우울증 현상을 철학적으로 진단한 책이다.

 ④학술지 논란

 학술지 지원 방식을 둘러싼 논란은 내년에도 계속될 듯하다. 교육부는 현재 500여개의 학술지에 연 300~700만원을 일괄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을 폐지하고, 우수 학술지 12개를 선정해 1곳에 1억원 이상씩 장기 지원하며 세계적 학술지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인문학 단체들이 한국인문학총연합회를 결성해 반발하는 상황이다. 인문학의 생명인 다양성을 황폐화시키는 사업이므로 더 많은 의견을 수렴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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