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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당선인에게 영화 ‘레미제라블’을 강추하는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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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오전 투표, 오후 영화, 밤에는 개표방송. 대통령 선거가 있었던 19일, 나처럼 임시공휴일을 보낸 사람이 꽤 되지 않았을까. 그럴 줄 알고 투표일에 맞춰 개봉한 영화가 여러 편이었다. 나의 선택은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 불후의 명작 ‘레미제라블’의 유명세에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되는 화제작이란 입소문이 더해진 까닭인지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가 1862년에 발표한 장편소설 ‘레미제라블’만큼 다양한 예술 장르로 승화된 작품도 드물 것이다. 소설을 각색해 만든 영화만 스무 편이 넘는다. 연극은 물론이고 뮤지컬로도 제작됐다. 1985년 런던의 웨스트엔드에서 뮤지컬 ‘레미제라블’이 초연된 이래 27년째 장기공연 중이다. 지금까지 42개국에서 21개 언어로 4만3000회 이상 공연됐다. 그동안 ‘레미제라블’을 뮤지컬로 본 사람만 550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지금 국내에서도 ‘레미제라블’의 한국어판 뮤지컬과 연극이 성황리에 공연 중이다. 지난달 민음사가 세계문학전집 시리즈로 완역해 출간한 ‘레미제라블’은 총 5권(6만1000원)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과 고가(高價)에도 불구하고 3주 만에 3만5000부가 팔렸다. 시대를 초월한 고전의 힘이다.

 오래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 이번에 개봉된 영화는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영화로 만든 ‘무비컬(movical)’이다. 영화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립싱크가 아닌 현장 동시녹음으로 배우들의 감정과 목소리를 담았기 때문인지 또 다른 맛과 울림이 있었다.

 ‘레미제라블’의 주인공 장발장은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간 감옥에 갇혀 강제노역에 시달린다. 그는 미리엘 주교가 베푼 사랑과 용서, 자비에 감화돼 완전히 새사람으로 변해 인간을 구원하는 ‘성자(聖者)’가 된다. 빈곤에 찌들고 압제에 시달리던 19세기 초 프랑스 사회를 배경으로 위고는 인간과 세상을 바꾸는 사랑과 자비의 힘을 설파한다. 세상을 구하기 위해서는 기득권자의 인간애가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빈부격차의 완화와 불평등 해소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150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당시 프랑스의 젊은 지식인들과 민중은 바리케이드를 쌓고 총칼로 맞섰지만 지금은 투표로 맞서는 게 다를 뿐이다.

 국민의 70%를 중산층으로 만들어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는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는 우리 사회에서 소외되는 사람 없이 경제성장의 과실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국민 대통합이고 경제민주화란 것이다. 비참한 사람들, 즉 ‘레미제라블’을 따뜻한 인간애로 보듬어 안고 함께 살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그에게 주어진 시대적 소명이다. 박 당선인에게 무비컬 ‘레미제라블’을 강추한다.

글=배명복 기자
사진=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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