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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의 경주 아쉬운 2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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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3의 11번홀(1백47m).

최경주(33.슈페리어)는 3m 거리의 버디 퍼트에 성공하며 어니 엘스(남아공)에게 한 타 차로 따라붙었다. 무표정으로 일관했던 엘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러나 메이저 대회 3승을 거둔 엘스는 역시 노련했다. 12번홀(파4)에서 정교한 어프로치샷으로 공을 컵 1m 거리에 붙여 버디를 잡아낸 것을 시작으로 차분히 스코어를 줄여나갔다. 반면 같은 조에서 경기를 한 최경주는 13번홀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우승하겠다는 욕심이 화를 부른 듯 3라운드에서 보여줬던 신기(神技)의 쇼트게임 실력은 온데 간데 없었다. 2~3m 거리의 퍼트를 잇따라 놓치며 스스로 무너지고 말았다.

최경주가 13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 카팔루아 골프장 플랜테이션 코스(파73.6천6백9m)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협회(PGA)투어 메르세데스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에서 이븐파 73타(버디 3개, 보기 3개)를 쳐 로코 미디에이트(미국)와 함께 공동 2위(합계 23언더파)에 올랐다.

마지막날 6언더파를 추가한 엘스가 합계 31언더파 2백61타로 최경주와 미디에이트를 8타차로 따돌리고 올시즌 개막전 우승의 기쁨을 안았다.

엘스는 1998년 존 휴스턴과 2001년 마크 캘커베키아가 세워던 PGA투어 72홀 최저타 기록(28언더파)을 3타 경신했다. 또 99년 데이비드 듀발이 수립한 대회 최저타 기록(2백66타)도 갈아치웠다.

엘스는 우승상금 1백만달러를, 공동 준우승한 최경주는 45만달러를 받았다.

결국 우승에 대한 심리적 압박감을 어떻게 이겨내는가가 승부를 가른 셈이었다. 엘스는 베테랑답게 흔들리지 않았던 반면 PGA 4년차의 최경주는 심한 중압감에 시달렸다. 전날 25개에 그쳤던 퍼트 수가 4라운드에선 35개로 불어날 정도였다.

그러나 최경주는 이제 기량 만큼은 PGA 정상급 선수로 꼽히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각종 대회 챔피언 36명만이 참가, '별들의 전쟁'으로 불렸던 이번 대회에서 최경주는 그린 적중률 88.9%에 드라이버샷 정확도 78.3%로 1위를 차지했다. 드라이버샷 평균 거리도 2백59m로 공동 11위였다.

최경주는 "어니 엘스를 특별히 의식한 것은 아니었는데 우승하겠다는 욕심 때문인지 퍼트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았다"고 아쉬워하면서 "그러나 앞으로 더욱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은 수확"이라고 말했다.

최경주는 오는 17일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개막하는 소니 오픈에 출전할 예정이다.

한편 엘스는 개막전에서 최고의 출발을 보임으로써 올시즌 타이거 우즈(미국)의 독주에 제동을 걸 가장 강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무릎 수술 후 현재 재활훈련 중인 우즈는 2월 말까지는 출전이 어려운 상태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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