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G생명 인수 못한 KB금융 내년 우리금융 인수전 뛰어들 듯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1년여를 끌어 온 KB금융지주의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가 결국 좌절됐다. 보험업의 불투명한 전망과 2조원이 넘는 높은 가격 등의 문제점을 제기하는 사외이사의 반대를 넘지 못한 것이다. [중앙일보 12월 19일자 16면]

 막바지 인수가격 협상이 진행되던 9월만 해도 인수에 반대하던 사외이사는 2~3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인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확산됐다. 결국 18일 열린 이사회에서는 찬성 5표, 반대 5표, 기권 2표로 인수건이 부결됐다. 총 9명의 사외 이사 가운데 7명이 사실상 반대 입장에 선 것이다.

 한 사외이사는 “표결을 미루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어윤대(사진) 회장이 국제금융의 관례상 더 늦출 수는 없다고 주장해 표결에 부쳐졌다”고 전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어 회장이 과반인 찬성 7표를 받을 수 있다고 보고 표결했는데 생각대로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B금융지주는 자산과 수익의 90% 정도가 국민은행 쪽에 치우쳐 있다. 이 때문에 KB금융은 인수합병(M&A)을 통한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비은행 부문 강화에 주력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추진한 M&A 가운데 성사된 것은 없다. 올해 7월 진행된 우리금융지주 매각과 관련해서는 정치권의 반대로 예비입찰제안서(LOI)도 내지 못하고 계획을 접어야 했다. 동양생명에 눈길을 보내기도 했으나 사업구조가 KB생명과 비슷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이내 포기했다. 금융당국이 떠안긴 제일저축은행(현 KB저축은행)만 가져왔을 뿐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KB금융의 ING생명 인수 무산을 놓고 다양한 평가가 나온다. 우선 그간 ‘거수기’ 노릇을 했던 사외이사가 제 목소리를 내게 됐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2011년 5월부터 올 4월까지 1년 동안 상장 대기업의 이사회 상정 안건 5692건 중 사외이사 반대로 부결된 것은 13건으로 0.2%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번 KB금융 이사회의 표결은 사외이사가 경영진의 독주를 견제하는 선례를 만들었다는 평가다.

 반면 KB금융으로선 은행 중심의 사업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조직의 체질을 개선할 기회를 또 놓쳤다. 금융권에서는 새 정부가 들어선 뒤 추진될 우리금융 매각에 KB금융이 다시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KB금융지주, ING생명 인수 추진 일지

- 2012년 2월 : 어윤대 KB금융 회장, ING생명 관심표명

- 5월 : KB금융·대한생명 등 ING생명 예비입찰 참여

- 7월 : KB금융 본입찰 단독 참여

- 11월 : KB금융, 이사회에 ING생명 인수 중간 보고

- 12월 5일 : ING생명 인수 결정을 위한 임시 이사회 개최. 논란 끝에 18일로 결정 연기

- 12월 8일 : 임시이사회에서 표결. 인수안 부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