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로 보면 주식형 펀드지만 … 원금 깨질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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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서울 구로구에 사는 김모(52)씨는 2005년 한 생명보험사의 연금저축보험에 가입했다. 연 400만원 한도의 소득공제 때문이었다. 하지만 7년이 지난 지금, 누적 수익률은 9%에 그친다. 수익률이 낮아 속상하지만 지금 해약하면 손해라고 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매달 돈을 부었다. 갈아타는 방법이 있다는 것은 최근에야 알았다. 하지만 김씨는 “막상 다른 연금저축으로 계약을 옮기려니 어느 상품이 나은지 알 수 없어 막막하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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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금만도 못한 연금저축 수익률에 실망한 많은 가입자가 김씨와 같은 고민에 빠졌다. 금융사 창구에서는 객관적인 정보를 얻기가 어렵다. 대부분 자사 상품을 추천한다. 본지가 연금저축 계약이전 절차에 대해 보도하자 어느 금융사 것으로 바꿔야 하느냐는 문의가 쏟아졌다. <본지 12월 6일자 b4면 ‘연금저축 갈아타는 데 2박3일’> 연금저축 고르기가 어려운 것은 은행·보험사·증권사(판매는 증권사, 상품 구성과 운용은 자산운용사)에 모두 상품이 있기 때문이다. 은행에서 팔면 연금저축신탁, 증권사는 연금저축펀드, 보험사는 연금저축보험으로 이름이 달라진다. 세제 혜택은 모두 같다.

 과거 10년간의 수익률로만 비교한다면, 자산운용사의 주식형 연금펀드가 최고다. 두 달 전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가 내놓은 ‘금융소비자리포트 1호’에서 10년 이상 된 연금저축만 모아 비교한 결과 이렇게 나타났다. 주식형 연금저축펀드의 10년간 평균수익률은 122%로, 은행의 채권형 연금저축신탁(41.54%)이나 생명보험사의 연금저축보험(39.79%)과 비교할 때 독보적이었다.

 또 연금저축펀드 안에서도 어디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인지, 즉 펀드 유형에 따라 수익률 차이가 컸다. 주식형 연금저축펀드의 10년 수익률은 100%를 넘었지만 혼합형은 98%였다. 채권형 연금저축펀드의 10년 수익률은 42.55%로, 은행의 연금저축신탁 채권형(41.54%)과 별 차이가 나지 않았다. 금융업권별로 수익률을 비교하면 자산운용사, 은행, 생명보험, 손해보험 순이었다.

 하지만 수익률이 전부가 아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전문가는 연금저축으로 주식형 펀드 추천하기를 꺼렸다. 연금저축은 30여 년을 갖고 가야 할 장기상품이고 노후 대비 자금이다. 이런 금융상품은 ‘어떤 경우에도 원금이 깨져서는 안 된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다. 주식형 펀드는 다른 상품에 비해 과거 10년 수익률이 월등했지만 주가가 하락하면 마이너스 수익이 날 위험도 있다. 이 때문에 대안으로 연금에는 혼합형 펀드가 적당하다고 여기는 전문가가 많다. 주식과 채권에 돈을 나눠 굴리는 혼합형 펀드 역시 이론적으로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채권에서 일정한 수익이 나오기 때문에 실제로 마이너스 수익률이 날 확률은 매우 낮아진다. 17일 기준 10년 이상 운용된 혼합형 펀드 중에서는 ‘신영연금 60전환’ ‘하나UBS인Best연금’ 등이 수익률이 가장 좋았다.

 다른 의견도 있다. 조혜진 삼성증권 SNI서울파이낸스센터 PB는 “연금저축은 가급적이면 생명보험사 상품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조 PB가 보험을 선호하는 이유는 실제 연금을 받을 때를 생각해서다. 생명보험사의 연금저축보험은 유일하게 ‘종신형’ 연금 수령이 가능하다. 예상한 것보다 훨씬 오래 사는 이른바 ‘장수 리크스’에 대비할 수 있다. 연금저축신탁이나 펀드는 5년, 10년 등 일정 기간 동안만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조 PB는 “노후자금에서는 약간의 수익률 차이보다는 안전한지, 연금을 어떻게 받을지에 대한 고려가 더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보험사의 연금저축보험은 최저보증이율이 있다. 금리가 지금보다 더 낮아지는 등 외부환경이 변해도 최소한의 수익은 지킬 수 있다.

 하지만 연금저축보험은 초기에 수수료가 많아 수익률이 떨어진다. 돈을 내는 방식의 차이도 있다. 펀드나 신탁은 비교적 자유롭게 돈을 납입할 수 있는 반면 연금저축 보험은 매달 정액납입만 가능하다.

 강상희 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연금저축은 가입 목적에 따라 무엇을 선택할지가 정해진다”며 “일반적으로는 수익률을 중시한다면 연금저축펀드, 안정된 수익과 장수 위험을 고려한다면 연금저축보험을 우선 고려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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