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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정보] 적립식 펀드 입맛 당기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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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회사원 박준서(38.서울 광장동)씨는 최근 은행에서 판매하는 적립식 펀드에 가입했다. 올해 왠지 주식이 뜰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게다가 과거 주식에 직접 투자했다가 2천여만원을 날린 아픈 기억 때문에 섣불리 장에 뛰어들지 못했다. 그러던 차에 매월 여윳돈만큼을 적립하면 펀드매니저가 그 돈을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해 실적을 돌려주는 적립식 펀드에 매력을 느꼈던 것이다.

새해 들어 오르던 주가가 지난 7일부터 다시 내림세로 돌아서는 등 주식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은행의 예금금리는 연 5% 이하로 떨어졌고, 3년 만기 적금의 이자도 연 5% 초반에 불과하다. 여윳돈이 있어도 투자할 곳이 마땅찮은 게 요즘의 현실이다.

그렇다면 은행.투신.증권사에서 판매하는 '적립식 펀드'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지난해 9~10월 투신사들이 적립식 펀드 상품을 대거 쏟아낸 데 이어 최근에는 국민은행이 시장에 뛰어드는 등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적금과 어떻게 다른가=매월 돈을 적립하는 것은 은행적금과 비슷하다. 그러나 적금의 경우 목표금액을 설정한 뒤 매월 일정액을 적립해야 하는 반면 적립식 펀드는 일정 가입비(대개 10만원)를 낸 뒤 매월 넣는 금액은 본인이 스스로 결정한다.

일반 펀드의 최소 가입금액이 5백만원이 넘는 데 비해 쌈짓돈으로도 주식.채권 투자가 가능한 것이다.

특히 적립식 펀드는 주식.채권의 평균 매입단가를 낮출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대한투자신탁 김대현 영업전략팀장은 "돈을 여러 차례 나눠 투자하기 때문에 주식.채권이 쌀 때 많이 사고, 비쌀 때는 상대적으로 적은 양을 사게 돼 결국 매입단가가 낮아지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투자 시기를 잘 선택해야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일반 펀드에 비해 가입 시기 결정에 대한 부담도 줄일 수 있다. 또 법인.개인 등 가입대상에도 제한이 없고 가입연령 제한도 없기 때문에 대학교육비.결혼비용 등을 마련하는 데도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이같은 적립식 펀드는 미국.영국 등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간접투자상품이다. 미국의 유명한 확정갹출형 기업연금제(401 k)도 이같은 적립식 펀드다.

◇어떤 상품이 있나=주식과 채권 중 어디에 더 많이 투자하느냐에 따라 주식형(주식 60% 이상)과 채권형(주식 없이 채권만 60% 이상).혼합형(주식을 30% 이하로 하고 나머지는 채권과 단기금융상품)으로 나뉜다.

지난 2일부터 적립식 펀드를 판매하기 시작한 국민은행은 주식형.채권형 이외에 채권에만 투자하는 '빅&세이프 적립식 채권 투자신탁', 개인별로 목표금액을 정하고 목표가 달성되면 해약하는 '국민 1억 만들기 주식 투자신탁' 등 네가지 상품을 내놓았다.

대투증권의 '스마트플랜 엄브랠러 펀드'는 투자유형별로 네가지 상품을 구성해 1년에 12회까지는 수수료 없이 자유롭게 펀드를 옮겨다닐 수 있도록 했다. 한투증권의 '부자아빠 펀드'는 보험요소를 가미해 자녀의 성장 시기별로 필요한 자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했다.

◇투자 요령=안정성에 중점을 둔 게 적립식 펀드이긴 하지만 주가하락.채권매매 손실로 투자 원금을 까먹을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특히 안정적인 투자를 원한다면 채권형을 선택하는 게 그나마 원금이 손실될 확률이 낮다. 또 일반 펀드 투자에서와 마찬가지로 어떤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는지, 환매수수료는 얼마나 되는지도 꼼꼼히 따져야 한다.

투자 기간에도 유의해야 한다. 굿모닝신한증권 금융상품부 이계웅 차장은 "적립식 펀드의 장점은 여러 차례의 분할 매입으로 평균 매입단가를 낮출 수 있는 것"이라며 "이같은 장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적어도 3년 이상의 중장기 투자가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주식거래에는 세금이 없고 채권거래에는 세금이 붙는 식으로 주식형인지 채권형인지 따라 세금 차이가 발생할 수도 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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