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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나꼼수 사용설명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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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정강현
사회부문 기자

다음은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의 사용설명서입니다.

 #사용하기 전에 - 기본 사양부터 숙지하시기 바랍니다. 나꼼수는 지난해 4월 처음 등장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등 여권을 비판하는 방송으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진행자는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주진우 시사인 기자, 김용민 민주통합당 서울 노원갑 지역위원장입니다. 이들은 방송에서 주로 여권에 대한 이런저런 의혹을 제기합니다. 간혹 욕설이 들리더라도 당황하진 마십시오. 나꼼수는 자신들의 방송을 술자리 방담 정도로 여깁니다.

 #사용하기 - 나꼼수를 사용하기 위해 이들의 폭로 패턴부터 숙지하십시오. 이들은 우선 이런 전제를 깔아둡니다. “이것은 소설이다.” 그런 다음 정치권의 온갖 소문과 의혹을 쏟아냅니다. 직접 취재한 내용이나 인터뷰를 내보내기도 합니다. 그러곤 이렇게 마무리합니다. “절대 그럴 리가 없다.” 물론 이런 사족은 불분명한 의혹 제기에 대해 책임을 피하려는 것입니다.

 나꼼수의 폭로는 선거철에 집중됩니다.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선거에서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의 1억원 피부관리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도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 대해 집중적으로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박근혜 굿판 의혹’ ‘박근혜 아이패드 커닝의 전말’ 등입니다. 대선 막판 변수라며 ‘북한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 기획 입국’ ‘박근혜 후보의 테러 자작극’ 등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김용민 위원장은 자신의 트위터로 ‘새누리당-신천지 연루설’을 퍼뜨리기도 했습니다.

 물론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국민일보 보도를 인용했다는 ‘새누리당-신천지 연루설’은 국민일보 측이 “그런 보도를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박근혜 굿판 의혹도 당사자로 지목된 초연 스님이 자필 편지로 관련 사실을 부인했습니다. MBC가 보도한다던 김정남 기획 입국설 역시 18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관리하기 - 주의하십시오. 나꼼수는 팩트(fact)보다는 청취자가 사실인 것처럼 믿게 하는 데 관심이 많은 방송입니다. 물론 뒷일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소설이라고 하지 않았느냐”며 발을 빼면 그뿐이니까요.

 하지만 나꼼수의 영향력은 무시 못할 수준입니다. 이 방송을 한 번이라도 들어본 청취자가 1000만 명이 넘습니다. 특히 선거철에 잘못된 사실이 전달될 경우 선거 결과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나꼼수는 이미 일종의 대안 언론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렇다면 나꼼수는 더 엄정하게 팩트를 확인해야 했습니다. 언론 보도는 술자리 방담과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언론은 사실을 보도하지 소설을 쓰진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