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순례 여행사들, '개점휴업' 상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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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참사에 대한 미국의 보복공격이 시작되면서 성지순례 등 중동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여행사들이 `개점휴업' 상태의 국면을 맞고있다.

8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 여행사들은 지난달 11일 발생한 미국 테러참사 이후 미주 및 유럽, 중동 지역 상품판매가 예년에 비해 많게는 절반 이상 급감했으며 특히 성지순례 여행사들의 경우 판매율이 `제로'에 가까운 상황이다.

대표적 성지순례 전문 여행사인 C항공은 지난달과 이달에 각각 출발할 예정이었던 총 18개 단체의 여행 일정이 전면 취소되는 등 현재 예약 취소율이 90%대에 달하고 있다.

특히 테러사태 이후 대한항공 등 국적항공사의 카이로행 노선 운항이 잠정 중단된데다 이번 보복공격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어서 앞으로 이 지역 여행수요는 거의 `전무'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 여행사 관계자는 "중동지역 여행은 가을부터 본격적인 성수기가 시작되지만 현재는 상품 문의자체가 거의 없다"며 "여행사들로선 지난 91년 걸프전때보다 훨씬타격이 커 이번사태의 여파가 적어도 1년은 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성지순례 전문 여행사인 K여행사의 경우도 지난달과 이달에 예약됐던 총 12개 단체의 출발 일정이 모두 취소됐으며 이에따라 올해 총 매출은 지난해의 70% 수준에 그치고 있다.

H여행사 역시 지난달부터 예약된 여행상품의 90% 이상이 취소된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이집트, 이스라엘 등지로 향하는 성지순례 상품 예약은 아예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겨울 성수기를 대비한 상품 광고를 본격적으로 실시하고 있음에도 불구, 예년과는 달리 상품문의 자체가 아예 없다고 이 업체 관계자는 전했다.

D여행사도 지난 추석 연휴기간 예약됐던 3개 단체의 성지순례 일정이 취소된 것을 비롯, 지난달부터 현재까지의 상품 예약이 100% 취소된 상황이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여행업계에서는 IMF 이후 위축됐던 패키지 여행시장이 서서히 회복되면서 올해 본격적인 성과가 날 것으로 기대했었다"며 "그러나 뜻밖의 큰악재가 터지면서 상당수 업체가 또다시 IMF 직후와 같은 고사 위기에 몰리게 됐다"고 우려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윤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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