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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뚝심 일격 뒤집기 우승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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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 천하의 이창호(左)에게도 우승의 길은 험난하다. 이제는 단판 승부로 좁혀진 저우허양과의 춘란배 결승전.

춘란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결승전에 나선 이창호 9단이 중국랭킹 2위 저우허양(周鶴洋.29)9단과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펼치며 1대1을 기록했다.결국 18일의 최종전까지 간 것이다.

중국 창사(長沙)에서 결승전이 시작되었을 때 이 9단의 승리를 의심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이 9단은 국가대항전인 농심신라면배에서 5연승을 거두며 한국 우승을 따내 컨디션을 완전 회복한 상태였고 이런 이창호에게 저우허양 정도는 적수가 될 수 없다는 게 객관적 평가이기도 했다.

저우허양은 삼성화재배 준결승전에서 같은 중국의 왕시(王檄)5단에게 2대0으로 완패했다. 그러나 왕시는 농심배 최종국에서 이창호 9단에게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진 뒤 "이창호는 한 수 위"라고 고백했다."

이 삼자 간의 대결과정을 살펴볼 때 이창호는 저우허양에게 '두 수 위'라고 볼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14일의 1국은 예상을 뒤엎고 저우허양의 반집승으로 끝났다. 도무지 이론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흑에 강한 이창호가 흑을 쥐고 반집패했다는 것이 충격파를 몰고왔다.이 판은 종반 끝내기에서 간발의 차로 앞서가던 이창호가 실수를 범해 역전당했는데 이 점도 놀라움을 안겨줬다.

신산(神算)이란 별호를 지닌 이창호 9단이 끝내기 실수로 역전당한 것은, 특히 반집차로 진 것은 전에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저우허양은 타고난 노력파로 바둑책을 손에서 떼는 일이 없다는 사람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꾸준한 성적을 올리며 2005년 중국랭킹에서 2위로 뛰어올랐다. 더구나 그는 상대 전적에서 이창호 9단을 앞서고 있는 유일한 외국기사이기도 하다(춘란배 전까지 3승2패.현재 4승3패).

이 두 가지가 저우허양이 이창호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요인으로 분석되었지만 그래도 상승세의 최강자 이창호가 세계대회 우승 경력이 전무한 저우허양에게 밀린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16일의 2국에서 이창호 9단은 220수 만에 불계승을 거두며 멋진 반격에 성공함으로써 일단 우려를 잠재웠다. 백을 쥔 이창호는 초반부터 강수를 터뜨리며 장기전에 능한 저우허양의 페이스를 뒤들었다. 이창호가 불리했던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러나 저우허양도 만만치 않았고 한때 위기감이 팽배하기도 했다.

창하오(常昊)9단의 응씨배 우승으로 어렵게 길을 튼 중국은 18일의 최종전에 대해 "30%의 희망은 있다. 단판 승부에서 이 정도면 기회는 있는 것 아닌가"라며 조심스럽게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다.

하지만 현지에서 전해오는 이창호 9단의 컨디션은 최상이라고 한다. 또 전략에 능한 이창호는 두 번의 대결을 통해 이미 상대의 핵심을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큰 승부에 더욱 강해지는 이창호의 정신력도 믿음직스럽다. 한국기사들은 "모든 변수를 고려하더라도 이창호 9단이 지는 일은 구경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박치문 전문기자

*** 빈삼각의 '한국류'

◆ 하이라이트=저우허양의 흑▲가 절묘한 맥점. 그러나 이창호는 백1의 빈삼각을 두며 모양을 도외시하는 '한국류'의 진수를 보여준다. 이 강수에 저우허양이 백5 자리로 반발하지 않고 흑2로 굴복하면서 초반의 주도권이 백에 넘어갔다. 백11까지 중앙에 때아닌 백설이 덮이면서 백이 앞서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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