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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권분립 존중하는 '행정부CEO' 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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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우리 헌법을 보면 대통령은 국가원수와 행정부 수반으로서의 지위를 다 갖고 있다. 국가원수로서 사면복권 권한을 갖고 있고, 대법원장.대법관을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임명하는 등 헌법기관 구성 권한도 갖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 '대한민국 CEO(최고경영자)'라는 생각에 빠져버리면 제왕적 대통령이 되고 만다. 대통령은 비록 국가원수로서의 권한을 갖고는 있지만 '행정부 CEO'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역대 대통령들은 그런 의식이 없었다.

특히 국회를 국정 운영의 대등한 동반자로 생각하지 않고, 자기 뜻대로 나라를 끌고가려 했다. 국회를 지배하려 했다.

그러자니 대통령이 정책에 몰두하기보다 '정쟁'에 신경쓰고 직접 개입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정보기관의 정보와 권력기관의 '칼', 막대한 정치자금도 다 그래서 필요했다.

새 대통령은 '강한 국회''제대로 된 국회'를 상대하기 바란다. 낡은 정치를 버리고 정치 개혁을 해야 한다는 바람과 의지가 충만한 만큼, 이번이 국회와의 건전한 관계를 설정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과거 대통령이 여당 총재였던 시절, 대통령은 공천권을 이용해 당을 장악했고, 당을 이용해 국회를 장악하려 했다.

그러나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대통령이 여당의 총재를 겸하거나 공천권을 행사하기 어렵게 됐다. 대통령은 국회 협조 없이는 국정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국회가 강해지고 바로 서야 대통령도 더욱 국정에 전념할 수 있다.

국회가 강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앙당을 없애야 한다.

중앙당에 국고보조금을 주지 말고 국민이 선출한 의원 개개인에게 보조금을 줘야 한다. 중앙당을 없애면 의원들이 무조건 당론에 따라 투표하는 일도 사라진다.

국회의 대정부 질의는 일문일답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장관을 임명할 때 국회에 나가 일문일답을 하며 국회를 설득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춘 사람을 임명해야 한다. 국회를 설득할 능력이 없는 장관은 국민을 설득할 능력도 없다.

이제는 대통령도 직접 자주 국회에 가야 한다. 국회에서 국민을 상대로 한 연설을 통해 국정의 비전을 제시하고 동참을 설득해야 한다. 선진국 치고 우리처럼 대통령이 국회에 거의 가지 않는 나라는 없다.

당정 협의도 없애야 한다. 각 부처가, 각 장관이 평소 상임위를 통해 직접 법안을 설명하고 협의하는 것이 옳다.

국회가 제대로 서려면 감사원이 행정부 아닌 입법부에 소속되는 것이 옳다.

OECD국가 중 감사원이 행정부에 속하는 나라는 한국 뿐이다.

감사원을 국회로 옮기면서 직무감사는 없애고 회계감사만 하도록 제도도 바꾸기를 권한다. 감사원은 권력기관이 되어선 안되며, 감사원의 직무감사는 행정부 각 부처와 공무원들을 경직시키는 부작용이 크다.

대통령은 입법부만이 아니라 사법부도 존중해야 한다. 마음만 먹으면 하루 아침에 사면복권을 단행해 사법부의 권한을 무력화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대통령은 그런 권한이 왜 자신에게 주어졌는지 깊이 생각해보고 적절하게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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