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 톡! 인터뷰] 탤런트 김영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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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1.2부로 나뉘는 드라마에서 2부 주인공으로는 절대 출연하지 않을 겁니다. 1부가 잘 나갈 때 느끼는 2부 주인공의 심리적 고통은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겁니다."

신인 배우의 이야기가 아니다. 카리스마의 연기자로 통하는 탤런트 김영철(사진)이지만 SBS '야인시대' 2부 방영을 앞둔 심경을 이렇게 밝혔다. 그는 청년 김두한을 연기했던 안재모의 바통을 이어받아 오는 20일부터 장년 김두한으로 시청자 앞에 서게 된다.

"시청률이 50%대까지 치솟을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드라마가 잘 나가니까 기분은 좋지만 이것이 점차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하는 겁니다. 저 때문에 시청률이 떨어졌다는 얘기를 들으면 어떡합니까? 솔직히 마음 속으로는 '구세주'역할을 기대했었는데…."

김두한의 풍채를 표현하기 위해 체중을 10㎏ 정도 불리려고 했는데, 밤잠도 제대로 못 자며 걱정을 하는 바람에 체중이 평소보다 오히려 2㎏ 줄었다고 한다.

김씨는 그간 48회가 방송되는 동안 드라마를 거의 안 봤다고 한다. 자칫 안재모가 그린 김두한의 잔영에 빠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대신 김두한의 사진과 육성 등 자료를 찾아 연구하면서 격동의 삶을 살다간 이 인물과 마음속 대화를 나눴다. 김두한의 딸이자 동료 탤런트인 김을동씨가 특히 많은 도움을 줬다고 한다.

"카리스마는 아무 때나 강조한다고 형성되는 게 아닙니다. 보여야 할 때 권위를 드러내는 거죠. 평소에는 너무나 인간적인, 그러나 정의를 위해서는 활화산 같은 열정을 터뜨릴 수 있는 김두한을 보여줄 겁니다."

이 순간만은 관심법(觀心法)을 구사하며 신료들을 벌벌 떨게 했던 궁예의 모습이었다. 걱정과 번민 속에서도 그는 나름대로 자신이 표현해 낼 김두한의 모습을 완성시켰던 모양이다.

김씨에 따르면 2부에선 해방 이후 김두한의 우익 주먹 시절, 민의원 당선을 통한 정계 진출, 반독재 투쟁, 길거리에서의 외로운 죽음 등이 잇따라 펼쳐진다.

해방 이후에는 국내에도 권총 등 무기가 퍼졌던 만큼 맨주먹으로 맞붙는 '낭만적 싸움'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대신 1부에서 화려한 액션을 보여줬던 그의 몫을 싸움의 달인 '시라소니'(조상구)와 새로 주먹세계의 패권을 잡는 이정재(김영호)가 맡는다.

한편 그는 안재모를 좋아하는 팬들이 '야인시대'를 떠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제겐 40~50대 아줌마 팬들이 있다"고 받아쳤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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