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 보고 생활 영어 따라 하면 비슷한 상황 때 저절로 입 열리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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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우 아나운서는 “미국 드라마나 텅 트위스터를 활용해 발음을 확실히 하는 것이 영어 말하기의 시작”이라고 귀띔했다. [김경록 기자]

2014학년도 대학입시에서 국가영어능력평가(NEAT)를 반영하는 대학은 34곳이다. 아직까지는 미미한 숫자지만, 교과부 발표에 따르면 2018학년도부터 수능을 대체할 것이 유력하다. NEAT는 ‘듣기·읽기·말하기·쓰기’ 4가지 영역을 두루 살펴보는 평가로 특히, 낯선 ‘말하기’ 영역에 대한 고민이 끝없이 쏟아지고 있다. 영어 말하기의 달인으로 불리는 SBS 김주우 아나운서를 만나 영어 말하기에 대한 해법을 물었다.

글=김소엽 기자
사진=김경록 기자

‘토익 만점 5회, 다수의 전국 영어 말하기 대회 입상 경력, 토익계의 스테디 셀러 『시나공』 저자, 영어 발음 교습을 위한 『텅 트위스터』 저자, 바로 김주우(30) 아나운서 이야기다. 하지만, 영어 말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김 아나운서에게도 영어가 두려웠던 시절이 있었다.

 강원도 영월이 고향인 그는 강원도 사투리 때문에 위축돼 영어라면 피해 다닐 정도로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김 아나운서는 “소위 영어 열등생이었다”며 “특히 발음 때문에 위축이 많이 돼있었다”고 말했다. 중학교 1학년, 학교에 원어민 교사가 부임했다. 갑자기 발령을 받아 거처를 구하지 못한 그에게 김 아나운서의 어머니가 선뜻 방 하나를 내주셨다. 영어라면 기겁하던 시절이었던 터라 어머니의 결정에 불만도 많고 원어민 선생님 보기도 싫었다. 김 아나운서는 “너무 피해 다니니까 선생님께서 게임이나 단순한 대화로 친해지려고 노력하셨다”며 “등·하교를 같이 하면서 자연스럽게 영어에 노출되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했다. 시험을 위한 영어가 아닌, 생활영어로 배우게 되자 영어가 재미있어졌다.

 흥미가 생기며 가장 먼저 한 일은 전국 단위의 말하기 대회에 전부 참가하기였다. 입상하기 위해서가 아닌, 누군가의 앞에서 영어로 말하는 것 자체가 즐거웠던 때였다. 김 아나운서는 “영어뿐 아니라 국어, 제2외국어 대회 등 말하기 대회는 모조리 나가 매번 입상했다”며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모국어에 대한 뿌리도 중요하다. 우리말 말하기 대회도 관심을 갖고 참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특히 고교생 때 참가한 1999년 주한 호주대사관 주최 ‘전국 잉글리시 페어’는 국내는 물론 해외 대학생까지 참가하는 큰 대회였다. 여기서 최우수 수상자로 선정되어 호주로 한 달간 어학연수의 기회를 얻기도 했다.

영어 말하기에 관심이 생기면서 영어 선생님을 괴롭힐 정도로 손짓과 표정까지 풍부하게 표현하는 데 주력했다. 김 아나운서는 “외국인은 대화할 때 보면 서로 눈을 바라보는 것은 기본이고 손짓과 표정이 굉장히 풍부하다”며 “말하기는 얼마나 원어민을 이해하고 제대로 전달하고 있느냐가 평가요소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세심하게 관찰해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학창 시절 김 아나운서는 영어로 이야기를 하면 과장된 모습과 발음 때문에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을 정도로 원어민에 가깝게 하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 목소리만 들으면 원어민으로 오해할 정도로 완벽한 발음을 구사하고 있다.

 간혹 영어 말하기를 할 때 발음이나 표현력은 좋은데 너무 어려운 문장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학생들이 있다. 김 아나운서가 말하기 대회에 참가할 때 가장 많이 느낀 부분이다. 김 아나운서는 “어려운 문장을 구사한다고 해서 가산점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모국어로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의 문장으로 심사위원이 어떤 질문을 해도 대답할 수 있을 정도면 된다”고 조언했다.

 토익 만점을 5번이나 받았지만 흥미롭게도 문법 공부를 위한 공부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그 흔하다는 문법 서적은 한 장도 읽어보지 않았다. 김 아나운서는 “문법 공부는 필요하다. 그러나 문장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문법을 이해해야 한다”며 “외워서 배우는 문법은 실제 상황에서는 활용도가 떨어져 시험용 영어가 되어버릴 때가 많다”고 했다.

그는 미국 드라마를 꾸준히 보며 발음과 문화, 생활 영어를 따라 익혀볼 것을 권했다. 그는 “영어 자막으로만 되어있으면 흥미를 잃을 수 있고 한국어 자막으로만 되어있으면 자막을 보게 돼 학습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에 반드시 한국어, 영어 통합자막으로 보는 것이 좋다”고 했다. 김 아나운서는 화려한 영어 스펙을 갖고 있지만, 아직도 주기적으로 원어민과 만나면서 영어의 감을 놓지 않고 있다.

 “스스로 영어 환경에 노출되기 위해 노력해 보세요. 원어민 교사나 외국인 친구들과의 대화, 외국인 관광객에게 길 알려주기 등 적극적으로 다가선다면 영어가 얼마나 재미있는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영어 말하기, 용기를 가지고 입부터 떼는 것이 시작입니다.”

김주우 아나운서가 전해주는 말하기 비법

1. 텅 트위스터=텅 트위스터란 미국에서 영어 발음이 어려운 단어들을 나열한 말장난 어구를 뜻한다. 우리나라의 ‘간장공장 공장장은’ 같은 표현들로 텅 트위스터는 실제 미국인들도 어려워한다. 이런 어려운 어구를 연습해야 하는 이유는 의미전달 때문이다. 발음이 잘못되면 아무리 문법과 문장이 훌륭해도 엉뚱하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게임처럼 어려운 어구를 찾아 친구와 함께 이야기 해보면서 상대가 나의 어떤 발음을 이해하지 못하는지, 상대의 어떤 발음이 엉뚱하게 들렸는지를 훈련하는 것이 좋다.

 예) “하우 머치 우드 우드 어 우드척 척 이프 어 우드척 쿠드 척 우드?(How much wood would a woodchuck chuck if a woodchuck could chuck wood?)”는 실제 미국인들도 어려워하는 문구다.

2. 낭독 훈련=눈으로 읽는 것은 완벽하게 내 것이 되기 어렵다. 숙어를 많이 외우는 학생들이 있는데 문장 자체를 익히는 것이 숙어만 익힐 때보다 효과적이다. 습관적으로 완전한 문장이 튀어나올 정도로 영어 교과서나 미국 드라마 대본을 읽어보자. 김 아나운서는 성인이 된 지금도 토익의 해설책을 읽고 미드 대본을 낭독한다. 큰 소리로 읽는 것은 눈으로 읽고, 귀로 듣고, 말로 하는 세 가지를 효과를 얻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3. 셰도잉 기법=텅 트위스터와 낭독 훈련이 익숙해지면 통역사들의 기술인 셰도잉 기법에 도전한다. 셰도잉 기법은 드라마나 영화를 보며 등장 인물의 대화를 억양과 표정까지 완벽하게 따라 하는 것이다. 인물과 비슷한 발음이나 표정이 나올 때까지 시작과 정지 버튼을 반복해 누르며 완벽하게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기본이다. 실제로 김 아나운서는 디즈니 비디오를 따라 하며 인물의 어조나 뉘앙스를 습득했다. 이 과정은 배우의 말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말하기뿐 아니라, 듣기 실력에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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