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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과 열의 전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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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우리는 지금 북과 남의 전선을 지키고 있다.
영하 30도와 영상 35도의 두 전선. 동상의 위협과 일사병의 위험 앞에서 이 나라의 젊은이들은 전선을 지키며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크리스머스」가 다가왔다고 후방에선 한창 들뜬 풍조가 없지 않지만 흑 한의 전선과 열대의 전선에서 젊은이들은 자유를 그리고 조국을 지키는 자세에 잠시의 방심도 용서되지 않는 나날의 싸움을 계속하고있다. 휴전선과 월남전.
얄궂은 이 땅의 젊은이들의 차가운 현실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여기는 맹호전쟁>
여기는 맹호전선의 기갑 연대장실.『대동강-「베트콩」여인을 잡았습니다』『낙동강「헬리콥터」로 후송하라』『급수「탱크」공수 때문에 시간 여유가 없습니다』쉴 새 없이 들이닥치는 전선의 보고를 무전으로 받으며 작전지휘에 바쁘다. 월남은 지금 한창 추수 때라「베트콩」이 군량미 확보를 노려 준동하는 것을 부숴 버리기 위해 맹호 부대는 작전을 개시했다.
추수 작전에서 맹호「번개」대대는 「트럭」 90대와 「헬리콥터」를 동원-적중에 버려진 논두렁에 주민 3천8백여 명을 투입시켜 마음놓고 46톤의 벼를 거두게 했다.「베트콩」의 정미소와 군량 동굴 10개 소도 TNT로 메워 버렸다. 알곡을 긁어들이려는「베트콩」의 추수 작전과 한 톨도 적의 군량으로 넘기지 않으려는 반 추수작전-. 하지만 맹호는 작전 때마다 홍수가 아니면 갈수와 싸워야 했다.
강이 키를 넘을 땐 고무「보트」를 탔고 무르팍 정도야 구보로 치달렸다. 그래서 이젠 늪 속의 악어며 도마뱀과도 병사들은 친숙(?)해졌다. 「베트콩」이 버리고 달아난 「바나나」 밭은 병사들 차지- 익을 대로 익은 열매가 문드러지고 있었다. 야생「바나나」맛은 그럴 수 없이 좋았다. 수통 2개를 비우고 나면 개울물이라도 마셔야했다. 개울물과 「바나나」는 엄금이었지만 목이 타들어 가는데는 중대장도 한 모금 마시고 볼 판-. 이튿날 생일을 맞는 사병들은 주렁주렁한 「바나나」를 한가지 꺾어 들고 작전에서 돌아왔다.

<「청룡」모기 섬멸 작전>
월남 전선에서의 우리 맹호·청룡 그리고 비둘기들은 「모기 섬멸 작선」에 두통이다. 모기에 잘못 물리면 곧 「말라리아」병- 본의 아니나마 「헬리콥터」로 후송되게 마련이다.
이곳은 월남에서도 가장 기상 조건이 나쁜 「두이호아」지방-청룡 1호가 감투하고 있는 곳이다.
돌아다보아야 앉은 뱀이 선인장이 듬성듬성 군생하고 있을 뿐. 모래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 이곳에서 우리, 해병 청룡들은 염천아래서 목마름과 폭우에 시달리며 「베트콩」과 밤낮없는 건투를 벌이고있다.
이곳 청룡들은 모래밭에 참호를 파고 있다. 폭우가 스치고 지나가고 나면 내려 쬐는 타는 태양에 시달리고 오직 C「레이션」에만 의존하는 청룡들-. 사막의 모래 바람에 깡통 속의 닭고기는 모래 투성이가 된다.
이곳을 지나가는 기차는 청룡이 선인장으로 위장하며 지키는 덕 댁에 겨우 오갈 수 있다. 그러나 기차는 마음내키면 아무 데서나 멎고….
모기 때와 일사병에 고생하는 청룡들은 이따금 지나가는 소나기를 오히려 낙으로 삼을 때도 있다. 뜨거운 볕에 달아오르는 사막에서 억수 같이 퍼붓는 소나기 속에 옷을 훌렁 벗고 천수 욕을 하는 청룡들의 모습은 진풍경이다.
애타도록 마른 목을 축이기 위해 물통을 뭣보다 소중하게 여기는 청룡들은 음료수로 쓰는 「오아시스」를 지키기 위해 모진 애를 다 쓴다. 경비병이 교대로 서있는 「오아시스」-. 정화제를 섞어서 먹는 물의 맛은 그대로 감로주다.

<레인저 작전>
「레인저」(유격전사). 월남전선에서 「게릴라」전을 벌이는 미군에 끼여 우리 용사들도 훈련을 받고있다.
「덕미」에 자리잡은 「레인저 센터」에서 10명의 장병들이 「게릴라」건을 배우고 있다.
「나트랑」에서 「헬리콥터」로 한시간-「드리쿼터」로 45분을 달렸다. 차로 달릴 땐 하늘이 보이지 않는「정글」의 「터널」이 속을 비집고 들어가야 했다.
「센터」근처에서「레인저」후보생 1개 분대를 만났다. 온몸은 위장 망에 덮였고 시궁창에 빠졌던 사람처럼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당신 한국사람이 아니오』태극 「마크」를 보고 소리쳤다. 임종기(37·육군) 소령이었다.「레인저」부대는 월남군의 중핵을 이루어 「베트콩」과 5대1로 싸운다는 전통-.
「레인저·센터」에 세워진 대행 향로엔 수많은 희생자를 위해 『조국이 너의 이름을 기억할 것이다』라고 새겨져 있었다.
북녘을 지키는 l백55마일 전선은 영하 30도. 심하면 35, 36도까지 내려가는 매서운 추위다.
엷은 방한복에 「파카」를 입었으나 통일화에 무명양말을 신은 전방장병들은 북쪽의 적을 응시하면서도 또 하나의 적(동장군)의 위세에는 눌려서는 안 된다.
땅속에 깊이 묻은 김장 깍두기가 눈 속에 얼어붙어도 조국을 지키는 그들의 긍지는 끄떡없이 지켜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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