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강추위 ‘전력대란’, 시민 참여로 극복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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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기록적인 강추위가 계속되면서 전력대란이 눈앞에 다가왔다. 평소 1000만㎾ 이상을 유지하던 예비전력량이 어제 저녁 300만㎾대까지 주저앉는 등 연일 전력수급 경보등이 깜빡이고 있다. 통상 한겨울 평균기온이 1도 내려갈 때마다 전력수요는 40만~50만㎾씩 증가한다. 수십 년 만의 혹한이 예고돼 있는 만큼 ‘블랙아웃(정전 대란)’의 우려는 올겨울 내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전력대란에 대비해 정부는 대규모 전력소비자와 계약을 하고 피크시간대를 피해 전기 사용을 유도하는 ‘수요관리’에 돌입하기로 했다. 민간발전기로부터 50만㎾의 전력을 공급받는 등의 비상대책도 가동 중이다. 하지만 비상대책을 동원한다 해도 민간의 전력소비량 자체가 줄어들지 않으면 블랙아웃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내년 2월 중순까지 백화점·대형마트·대형빌딩의 난방온도를 20도로 제한하고 피크시간대에 네온사인 사용을 금지하는 등의 정부 대책은 이런 절박함을 반영한 것이다.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에너지 절감의 필요성에 부응해 자발적이고 신선한 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것은 매우 다행한 일이다. 서울시는 매주 수요일 오후 7시 이후 청사의 전등을 일제히 끄고 전기사용량을 줄인 업소·가정을 선발해 시상하는 등의 ‘에너지 절약 대작전’에 들어갔다. 충남도·창원시 등도 자연광이 가능한 창측 조명을 끄고 모든 공무원이 내복을 입는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대책이 아무리 좋아도 시민들이 스스로 필요성을 깨닫고 동참하지 않으면 기대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현장에선 난방온도를 낮추고 네온사인을 끄는 문제를 두고 적지 않은 실랑이가 벌어진다고 한다. “영업에 지장을 주는 정책을,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고 집행한다”는 게 업소의 불만이다. 20도 이하로 실내 난방을 하는 가정도 많지 않은 실정이다. 하지만 정부의 홍보 미흡만을 탓하기에 전력사정이 너무 심각한다. 가뜩이나 원자력발전소까지 잦은 고장으로 멈춰서는 상황이다. 시민들이 에너지 절약을 생활화한다면 그 작은 실천이 모여 전력대란의 우려를 씻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