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관람데이트] 방송인 정재환·대학생 이정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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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둘 다 2000학번?" 두 사람은 동기생임을 확인하는 순간, 친구가 돼버렸다. 10일 오전 '특별기획전 고구려! -평양에서 온 무덤벽화와 유물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 전시장에서 만난 방송인 정재환(42.성균관대 사학4)씨와 대학생 이정안(고려대 고고미술사학3)씨는 역사 전공 학도답게 전시물을 바라보는 눈이 뜨겁고 꼼꼼했다.

개그맨으로 출발해 연기자 겸 사회자로 활동의 폭을 넓혀온 丁씨는 39세에 대학문을 두드린 늦깎이 사학도. 계절학기를 다닐 만큼 공부에 푹 빠져 2월에 조기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한다는 丁씨 얘기를 듣고 李씨는 "방송일과 학업을 다 잘해낸 丁선배를 존경한다"고 당장 호칭을 바꿨다.

"아, 이게 그 '해뚫음무늬 금동 장식품'이군요. 일광투조(日光透彫)라는 어려운 용어를 한글로 바꾼 자주정신이 좋아요." 전시장에 들어서던 丁씨가 한글문화연대 부 대표답게 먼저 명칭 얘기로 말문을 열었다. "한반도 지도를 거꾸로 세운 이 고구려 광역도가 인상적이네요.

옛 고구려 영토가 있던 북쪽이 밑으로 오니까 대륙으로 뻗어나가던 한민족의 힘이 더 잘 보여요"라고 정안씨가 말하자, 丁씨는 "고려사 강의를 맡았던 교수님이 남쪽이 위로 가도록 지도를 걸고 수업해 이 광역도가 낯설지 않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코엑스 다른 전시장들은 썰렁하던데 고구려전은 역시 사람이 많군요." 정재환씨 얼굴을 알아본 관람객들이 반갑게 인사하며 다가왔고, 丁씨는 기꺼이 학생들 질문에 답을 주고 소감을 묻기도 했다.

"무덤벽화 가운데 수렵도를 보면 기마민족이었던 고구려인의 기상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지요. 방송국에서 사극을 찍을 때 말타는 배우들이 그냥 시늉만 하는 것도 굉장히 어렵다고들 하는데 우리 조상들은 말 위에서 무예를 했으니 참 대단하죠." 丁씨가 동료들과 나눈 얘기를 들려주자 정안씨는 "지금 봐도 색과 형상이 저리 선명하니 당시 사람들이 봤을 때는 얼마나 놀랐을까요"라고 벽화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정재숙 기자 johanal@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s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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