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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 직원, 손님와도 가만히 있다 갑자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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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헌 창고 느낌이 나도록 벽에 구멍을 뚫고 마네킹을 놓은 에잇세컨즈 서울 강남점. ‘빈티지 패션’ 분위기를 풍기려는 인테리어다. [신인섭 기자]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인근의 에잇세컨즈 강남점 입구엔 옷 대신 모자와 우산·장갑·목도리 같은 액세서리·잡화가 선반마다 들어 있다. 이런 선반들이 입구에만 30~40여 개다. 2층 여성복 매장 한쪽 벽에는 낙서가 가득한 흰색 종이가 붙어 있다. 색연필 50여 자루도 놓여 있다. 에잇세컨즈에서 마련한 일명 ‘낙서 존’이다. 지난달 말 친구와 이곳에 들른 김하진(17·진선여고2)양은 “모자와 장갑을 이것저것 쓰고 껴 보고, 벽에 낙서도 해보는 등 잔재미가 있어 자주 온다”고 말했다. 제일모직의 심문보 팀장은 “에잇세컨즈 매장은 옷을 사는 것 이외에도 이것저것 체험해보거나 쉬기도 하는 ‘컨셉트 스토어’로 꾸며 차별화했다”고 설명했다.

 디자인이 매장에 잠깐 나왔다 사라지는 SPA 브랜드. 패션의 흐름을 재빨리 포착해 값싸게 내놓는다는 점에서 분위기와 마케팅·판매 전략 역시 비슷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국내 브랜드인 제일모직 에잇세컨즈는 ‘감성형’, 일본 유니클로는 ‘옷장형’, 스웨덴 H&M은 ‘부티크형’ 매장으로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고 있다.

 이런 특징은 각 브랜드의 대표 매장인 ‘플래그십 스토어’에 그대로 반영돼 있다. 올 9월 문을 연 에잇세컨즈 강남점은 “단순한 의류 매장이 아니라 ‘친구들과 커피를 마시고 수다를 떨며 노는’ 한국인의 쇼핑 문화를 반영한 SPA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제일모직의 전략이 배어 있다. ‘한국식 감성’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의류 매장으로는 처음으로 매장 앞 100㎡(약 30평) 공간에 만든 ‘만남의 광장’이다. 옷을 사지 않아도 누구나 와서 쉴 수 있다. “옛날 ‘만남의 광장’이던 ABC뉴욕제과 자리에 매장을 연 만큼 그 장소의 추억을 최대한 살리려는 목적”이라는 게 제일모직 측의 설명이다. 최대 40명이 앉을 수 있고 계절에 따라 나무·조형 등 장식을 바꾼다. 매장 뒤쪽에는 내년 초 카페를 만들 예정이다.

 내부는 아기자기하게 꾸몄다. 입구부터 그 계절의 주력 상품이 마네킹에 전시돼 있는 다른 브랜드들과는 달리 에잇세컨즈는 모자와 가방·우산 같은 각종 액세서리로 입구를 채웠다. 모자·가방만 해도 각각 수십 종씩으로 구경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했다. 백화점 매장을 제외한 에잇세컨즈 전 점포엔 한쪽 벽면 전체에 살아있는 담쟁이 식물이 자라도록 했다. 벽면을 흙으로 채우고 직원들이 직접 물을 주며 기른다. 덕분에 매장 안은 상쾌한 숲향이 난다.

유니클로

유니클로는 전 세계적으로 ‘알기 쉬운 매장’을 꾸미는 게 지침이다. 직원들이 일일이 따라다니지 않아도 고객들이 알아서 쇼핑할 수 있을 만큼 편리한 매장을 만든다는 것이다. 유니클로 명동중앙점 역시 이에 따라 원하는 옷을 바로 집을 수 있도록 구성된 ‘옷장형’ 매장으로 돼 있다. 모든 옷을 손대지 않고서도 바로 크기를 확인할 수 있도록 배치해놨다. 예를 들면 옷을 개어서 진열한 ‘플란넬 셔츠’는 사이즈 스티커가 목 깃 뒤에 붙어있는데, 이게 바로 보이도록 셔츠를 뒤집어 진열하는 식이다. 모든 바지도 사이즈 스티커가 밖으로 보이도록 해놨다. 90% 이상 옷걸이에 옷을 걸어 진열하는 다른 브랜드들과는 달리 유니클로는 매대에 옷을 개어 진열하는 비중이 30%가량 된다. 역시 옷을 뒤적이지 않고도 사이즈를 찾을 수 있도록 1층 선반엔 중간 사이즈를, 2층 선반엔 작은 사이즈를 배치하는 식으로 진열했다. 유니클로 측은 “제품별로 고객이 가장 많이 찾는 사이즈를 분석해 그 사이즈가 손이 가장 쉽게 닿는 2층 선반에 진열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직원들은 고객이 부르기 전까지는 자리를 지키는 걸 원칙으로 한다. 대신 5분마다 “불편한 점 있으시면 바로 도와드리겠습니다”라고 외치고, 고객이 요청하면 그때 도와준다.

H&M

 유명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을 많이 하는 H&M은 매장도 디자이너숍에 온 듯한 ‘부티크형’ 매장으로 꾸몄다. H&M 본사의 모토인 “저렴한 가격에 세련된 디자이너 브랜드풍 옷을 판매한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다. 매장 전체는 어둑어둑한 데 비해 마네킹 위로는 전구 40~50개가 집중돼 있어 옷이 가장 눈에 띈다. “고객이 옷에 가장 집중할 수 있도록 매장을 꾸민다”는 게 H&M 본사의 전략이다.

 매대는 ‘세트형’으로 구성했다. 가운데 마네킹 3~4개가 놓여있고 그 주위를 매대 6~7개가 둘러싼 게 한 세트다. 이 세트가 한 개층에 10개, 많게는 20개씩 있다. 세트마다 컨셉트가 있어 그에 어울리는 옷들이 진열돼 있다. 예를 들면 ‘화려한 파티’ 컨셉트의 세트에는 반짝이 재킷, 망사가 덧대어진 남색 미니스커트, 레이스가 달린 검은색 민소매티셔츠, 꽃장식이 달린 카디건 등이 모두 함께 걸려 있다. 티셔츠는 티셔츠끼리, 바지는 바지끼리 모아 진열하는 다른 브랜드들과는 다른 H&M만의 특징이다.

 계절은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어울리는 조합이 있다면 민소매부터 인조모피 외투까지 한 매대에 걸어둔다. 이렇다 보니 겨울에도 민소매, 반팔드레스, 속이 비치는 셔츠 등 얇은 옷 비중이 전체의 20%가량을 차지한다. 이런 의류 진열 역시 H&M 스웨덴 본사와 의논해 6개월~1년 전부터 결정한다. 트렌드에 맞춰 급히 제조하고 진열하는 상품은 전체 물량의 5% 미만이다. H&M 정해진 홍보실장은 “ H&M이 판매하는 옷의 95%는 최소 6개월 전에 제작해 고급 디자이너 브랜드 못지않은 디자인적 완성도를 갖추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에잇세컨즈

● 국적: 한국(제일모직)
● 위치: 서울 서초동
● 면적: 4개 층 1984㎡(약 600평)
● 구성: 여성복·남성복·액세서리·라운지웨어·속옷·신발·잡화·생활용품
● 컨셉트: 감성형
● 특징
-내·외부에 휴식공간·카페
-낙서 공간
-액세서리 비중 15%
- 생활용품 매장 ‘숍인숍’으로 입점

유니클로

● 국적: 일본
● 위치: 서울 명동
● 면적: 5개 층, 3966㎡
● 구성: 여성복·남성복·아동복·내의·속옷·잡화
● 컨셉트: 옷장형
● 특징: -한눈에 사이즈 보이는 진열
-주력 상품은 100벌 이상 진열
-매대 격자형 배치, 간격 2m

H&M

● 국적: 스웨덴
● 위치: 서울 명동 눈스퀘어
● 면적: 4개 층, 2600㎡
● 구성: 여성복·남성복·액세서리·아동복·스포츠웨어·속옷·신발·잡화
● 컨셉트: 부티크형
● 특징: -사계절 옷 구비
-‘ 마네킹 4개+매대 7개’를 1 세트로 공간 배치
-매장은 어둡게, 조명은 옷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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