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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스토리] 베트남에 '제약사 한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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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저녁 한줄기 스콜(열대성 소나기)이 무더위를 식히고 지나간 베트남 최대 도시인 호치민시, 이곳 번화가인 콱티장 광장 부근 약국.

진열대 한복판에 놓인 한국산 '홈타민' 비타민 한 봉지(60정들이)값을 물었더니 9만동(약 6달러)이었다. 이 나라 공장 근로자 초임(평균 50달러)으로는 8봉지밖에 살 수 없는 비싼 가격.

이 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한국유나이티드제약(http://www.kup.co.kr)의 강덕영(54)사장은 "베트남에 깔린 10여종의 외제 자양강장제 중에서 시장점유율이 으뜸이고, 수출 단가의 두 배 가까운 소비자가도 이곳의 스위스 제품(H사)보다 10% 가량 높다" 고 말했다.

최대 기업의 연 매출이 4천억원대에 불과한 한국 제약업계, 그 중에서도 토종업체로는 28위(올해 매출 목표 6백50억원)에 불과한 유나이티드제약이 상위 업체들을 제치고 베트남 시장에서 고가를 고집하며 뿌리내린 마케팅 전략이 독특하다.

한국의 인기 연예인을 광고모델로 쓰는 틀에 박힌 방법 이외에 '인간적 기업문화' 를 내세워 한류(韓流)바람을 불러일으킨 것.

실제로 이 회사는 3년 전부터 베트남에서 가장 인기있다는 영화배우 장동건을 광고모델로 내세웠지만 매스컴의 관심을 끈 것은 베트남 근로자를 한국인처럼 아낀다는 사실이 알려진 지난해부터였다.

지난해 봄 베트남 국영신문 라오동(勞動)에는 '유나이티드제약 한국공장에서 일하는 베트남 연수근로생들이 따뜻한 배려를 받고 있다' 는 미담기사가 실리면서 화제를 모았다.

지난 2월 유력 일간지 탄니엔(靑年)은 이 회사가 호치민의 대학생 세명에게 해마다 장학금을 준다는 소식을 실었다.

베트남 식품의약안전청의 응웬 비닌 약정국장은 "사회주의 전통이 강해 근로자들의 권익을 유난히 중시하는 우리나라에서 근로자를 위하는 회사라는 이미지는 판매나 영업 인.허가 면에서 유리하게 작용했다" 고 평가했다.

이 회사는 이렇게 쌓은 기업 이미지 덕분에 합작투자를 고집하는 베트남 당국을 설득해 한국 제약회사로는 처음 1백% 직접투자 제약공장을 짓기로 하고 지난 21일 호치민시 근교에서 착공식을 가졌다.

姜사장은 "인구 7천6백만명의 베트남 시장 자체가 유망할 뿐 아니라 2~3년 안에 인근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회원국에 제품을 무관세로 팔 수 있다는 이점이 크다" 고 말했다.

내년 말 공장이 완공되면 한국 공장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베트남 연수근로자들을 또 다시 고용할 계획이다.

이런 기업 이미지 외에도 '인삼은 한국이 종주국' 이라는 점을 광고에서 집중 부각한 것도 고가전략에 큰 보탬이 됐다.

유나이티드제약은 지난달 중국에 홈타민 5백만달러어치를 파는 계약을 하고 항암제(아드리신).항생제(포타란) 등의 수출 호조 등에 힘입어 올해 한국무역협회의 1천만달러 수출탑 수상을 기대하고 있다.

김정수 한국제약협회장은 "국내 제약업계에서 원료가 아닌 완제품으로 수출 1천만달러를 넘은 일은 드물다" 고 말했다.

호치민시=홍승일 기자 hong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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