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교조 새 집행부 ‘강경파’ 우려 벗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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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호 02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7일 밤 김정훈(49) 전교조 전북지부장(전북 남원중 교사)을 제16대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김 당선자는 이영주(48·서울 신현초교 교사) 수석 부위원장과 함께 내년 1월부터 2년간 전교조를 이끌게 된다.

전교조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와 함께 양대 교원단체다. 회원 수는 전체 교사의 12.2%인 6만여 명에 불과하나, 교육계 핫 이슈를 만들어 나가는 그룹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김정훈 집행부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뒤섞인 시선이 쏠리는지 모른다.

이번 전교조 위원장 선거에는 곡절이 많았다. 투표를 앞두고 특정 후보 쪽이 경쟁 후보의 선거 공보물을 사전 입수하는 일이 발생했다. 민주주의와 참교육을 강조해 온 교사단체에서 일어난 선거 부정이기에 그 충격은 작지 않았다. 4·11 총선 전후에 일어난 통합진보당의 선거 부정과 폭력사태, 그리고 민주노총 위원장을 뽑을 때 빚어진 선거 부정 논란 등으로 ‘진보’를 자처하는 세력이 세간의 비난을 받는 근거가 됐다.

김 당선자 측은 해당 사건의 피해자다. 그런 만큼 선거 부정에 대한 책임은 별로 없다. 그러나 부정선거 논란이 불거질 만큼 정파 간 경쟁이 치열한, 사분오열의 전교조 조직을 추슬러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우려되는 건 신임 집행부가 조직 내부의 분열상을 봉합하기 위해 무리한 정책·이슈를 내걸고 과격 투쟁에 나서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실제로 기존 집행부가 상대적으로 온건파였다면, 김 당선자 측은 선명 투쟁을 공언해 온 ‘강경파’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선거 구호 자체가 ‘바꿀 수 있습니다! 전교조도! 교육도!’였다. 임기 개시와 함께 일제고사와 교원평가제도를 ‘신자유주의적 경쟁교육제도’로 단정하고 이를 즉시 폐지하겠다고 한다. 귀족학교 폐지, 사립학교법 재개정도 공약으로 내걸었다.

문제는 이런 현안들이 새 집행부의 뜻처럼 쉽게, 단시간에 바꿀 사안이 아니라는 점이다. 전면적 폐지를 관철하려면 교육 당국과 교원·시민단체들 사이에 대대적인 충돌과 갈등이 불가피할 것이다.

교육제도에 관한 한 현실적으로 완벽이라는 수준은 없다. 하지만 이를 개선하는 방법은 어디까지나 타협과 합의에 기반한 단계적인 것이어야 한다. 수백만 학생들의 미래를 좌우할 교육정책이 조변석개하는 것도 곤란하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적 편향성을 표출하거나 조직 내부의 문제를 바깥으로 돌리기 위한 투쟁 일변도의 노선은 곤란하다. 학생들의 배움터가 다시 한번 정치 투쟁의 장(場)으로 전락한다면 누가 얼마나 김정훈 집행부를 지지할 것인가.

앞으로 열흘 뒤면 차기 대통령과 서울시 교육감이 선출된다. 모두 교육 정책을 함께 만들어갈 주체다. 전교조 신임 집행부가 ‘강경파’라는 평가를 벗어나, 상식과 합의에 기반해 교육 현안을 해결해 나가는 ‘참 교사’의 역량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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