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음성직 전문기자 칼럼] '안전' 미흡한 항공 대책

중앙일보

입력

"아직도 틈이 있다. "

뉴욕 세계무역센터가 강타당한 지 2주일. 삼엄하다 할 정도로 강화됐다는 미국 공항 보안검색시스템을 승객들이 직접 점검(?)한 결과가 놀랍다.

19일자 뉴욕 타임스는 "LA~뉴욕(케네디공항)행 한 승객이 일부러 14㎝짜리 가위를 짐에 숨겨 보안검색대를 통과했다" 고 보도했다.

스위스제 군용칼이 든 학생용 가방을 메고 유유히 공항 두 곳을 통과한 승객, 인화성 물질을 휴대했던 승객도 여럿이다.

시민들 스스로 "테러범이 어떻게 비행기를 탈 수 있었나" 를 밝힌 셈이다.

미국내 상업용 공항은 4백50여개. 대부분 공항의 보안검색시스템은 테러범들이 이용한 공항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하루 4만여편, 2백만여명의 승객들이 잠재적인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는 의미다.

1988년엔 팬암기가 스코틀랜드에서, 96년엔 TWA기가 미국 영공에서 폭발했을 때도 'FAA(연방항공청)대책' 이 발표됐었다.

당시에도 "TWA기가 이륙한 뉴욕 케네디공항에 최첨단 폭발물 탐지기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감사원 조사 결과 수류탄을 갖고도 검색대를 통과할 수 있었다" "암행감사팀이 정식 신분증 없이 공항직원에 섞여 공항 보안지역 잠입을 20번 시도해 15번 성공했다" 등 문제점은 이번과 비슷했다.

FAA가 내린 강력한 보안통제 지침에도 불구하고 'X-레이 검색대의 흉기 미적발률이 40%대에 달한다' 는 것이 최근 통계다.

"새 첨단장비를 사용하고, 숙련기술자를 보강하고, 교육을 강화하는데 돈이 더 든다. 그러면 항공료가 올라 수요가 준다" 는 항공업계의 항변 탓일까.

우리 건설교통부도 '대책' 을 내놨다. 그러나 '비수익노선 폐지, 전쟁보상 보험료 승객 부담' 등 주로 항공사 요구 수용 수준이다.

안전은 문제가 없다는 것인가. 물론 우리 검색절차는 승객이 불평할 정도로 엄격하기는 하다. 그러나 우리에 뒤지지 않는 일본도 민간인이 민간항공기(ANA)를 칼 한자루로 탈취해 수분간 단독비행을 한 사례도 있다.

시장판 같은, 시설이 낙후된 공항에 계속 대형기를 취항시킬 것인가. 공항구역 내 식당.면세점, 인근 주차장도 안전차원에서 위치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음성직 교통 전문위원 eumsj@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