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애플 추월 시장 선도자로 도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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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싸서 그렇습니다.” 삼성전자 주가가 왜 오르느냐는 질문에 성종욱 크레디트스위스증권 리서치 센터장은 이렇게 답했다. 이익에 비해 주가가 아직 높지 않다는 거다. 6일 종가 기준 삼성전자의 주가수익비율(PER,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것)은 10배다. 2년 전에는 7.6배, 지난해엔 10배였다. 2년 전 90만원대였던 주가는 지금 150만원을 바라본다. 하지만 이익도 늘었기 때문에 PER은 제자리걸음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런 해석은 애플에 적용되던 것이었다. 워낙 많이 벌어대니 주가가 아무리 올라도 애플 주식의 ‘밸류에이션’은 늘 낮았다. 하지만 이제 이런 설명이 삼성전자 차지가 된 것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연일 최고가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지난 5일 종가 145만5000원으로 사상 가장 높은 값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달 23일 기록한 종전 최고가인 143만7000원을 가볍게 넘어선 것이다. 다음날인 6일에는 한때 147만1000원까지 올라 장중 최고가를 경신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4분기에 다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 3분기에는 매출액 52조1770억원, 영업이익 8조1250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올렸었다. 2009년 3분기 3.2%였던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도 이번 3분기엔 32.5%, 세계 1위로 올랐다. 4분기에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3분기에 비해 7%가량 늘어 각각 55조원, 8조7000억원 안팎일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스마트폰, 반도체, 디스플레이 모두 장사가 잘되기 때문이다.

 내년 전망도 밝다. 이정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내년에는 낸드 플래시메모리 반도체의 실적도 크게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 내다보는 내년 영업이익은 역시 사상 최대인 35조원 안팎이다. 특허 소송으로 인한 ‘애플리스크’도 줄었다. 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이 상호 제기한 특허 침해 소송 1심 최종 심리가 시작될 예정이다. 박영주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1차 평결에서 산정된 배상 금액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며 “소송 위험이 줄어들면서 투자 심리가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는 삼성전자에 대한 시각도 달라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패스트 팔로어’(빠른 추종자)에서 ‘퍼스트 무버(선도자)’로 바꿔 불러야 한다는 얘기다. KT 경제경영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애플을 발전 기회로 삼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 등 한국 스마트폰 제조사가, 지금은 애플을 추월해 ‘퍼스트 무버’(선도자)로 도약했다”고 평했다. 박현 동양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시장 지위가 과거와는 분명 달라졌다.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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