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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아이러니를 느끼게 하는 '람보3'

중앙일보

입력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미국의 보복공격이 `초읽기'에 들어가 다시 한번 영화를 방불케하는 상황이 현실에서 재현될 전망이다.

1988년에 제작된 실베스터 스탤론 주연의 영화 「람보3」(감독 피터 맥도널드)는 아프가니스탄을 무대로 `인간병기' 람보의 활약상을 그린 작품. 영화 속에서 람보의 전쟁 상대는 소비에트 연방 해체 이전까지 미국의 `가상적국 1호'였던 소련. 람보는 반소항쟁을 벌이는 회교무장반군과 손을 잡고 막강한 소련군을 쳐부순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려는 지금의 상황과는 정반대인 셈.세계 정세의 변화에 따라 당시의 우군이 지금은 적으로 변해 있어 역사의 아이러니를 느끼게 한다.

이 영화 제작 1년후인 89년 회교무장반군은 미국과 빈 라덴의 지원에 힘입어 10년 항쟁 끝에 소련 군을 몰아냈으며 현재 미국이 응징하려는 탈레반 정권의 주축세력을 이루고 있다.

「람보3」는 미소간의 협정을 어긴 채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에 대규모 병력을 주둔시키는 것으로 시작된다. 미국의 트로트만 대령은 아프가니스탄 해방군에 대한 지원 임무를 띠고 아프가니스탄에 잠입했다가 소련군에 생포된다.

베트남 전투를 마치고 태국 방콕에 머물고 있던 람보(실베스터 스탤론)는 친구인 트로트만을 구하기 위해 해방군에게 협조를 구했다가 거절당해 단기필마(單騎匹馬)로 5만여명의 기갑사단에 도전한다. 람보의 초인적인 용기에 감복한 해방군도 뒤늦게 병력을 출동시켜 지원에 나선다.

결말은 할리우드영화답게 상처입은 미국인의 자존심을 한껏 살려주는 것으로 마무리되고 "영웅적으로 투쟁한 아프가니스탄 전사에게 이 영화를 바친다"는 자막이스크린을 수놓는다.

수많은 할리우드 액션영화들이 테러주의자들의 교본으로 쓰여왔다지만 「람보3」가 그려낸 상황과 요즘의 정세가 너무 판이해 미군이 보복전의 도상(圖上)작전을짜는 데는 별 보탬이 되지 않을 것 같다.

이란의 모흐젠 마흐말바프 감독이 지난 5월 칸영화제에 출품한 「하파르 에 칸다하르」도 아프가니스탄을 무대로 한 작품이어서 새삼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달에 가린 해'란 제목의 이 영화는 아프가니스탄 출신인 캐나다 저널리스트가탈레반 정권의 반여성적인 정책으로 고통받는 여동생을 구해내기 위해 고국으로 돌아가 백방으로 힘쓴다는 줄거리를 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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