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복합아파트 생명은 '조망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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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주상복합아파트에 단기 투기자금이 대거 유입되고 있지만 실수요자들은 분위기에 휩쓸려 덩달아 청약에 가담하는 '묻지마 투자' 를 삼가야 할 것 같다.

높은 경쟁률을 보였거나 선착순으로 조기마감됐던 일부 주상복합의 경우 분양권 물량이 쏟아지면서 프리미엄이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다만 전망과 향이 뛰어난 동.호수만 웃돈이 붙고 이따금 거래가 이뤄져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 조망권 나쁘면 웃돈 붙지 않아=서울 중구 내수동 경희궁의 아침의 경우 정면이 막혀 있거나 대로변에 있는 물건의 웃돈은 평균 5백만원도 안된다.

분양 당시엔 1천만~2천만까지 올랐던 것들이다. 반면 경희궁이 바라보이는 63평형은 최고 3천5백만원, 45평형은 2천5백만원의 웃돈이 붙어 뚜렷한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최고 32대 1의 경쟁률을 올렸던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역시 조망권이 좋은 곳만 거래되고 있을 뿐이다.

시야가 막힌 A.B동의 경우 최고층을 제외하곤 대부분 분양가 수준이거나 분양가 이하 급매물도 적지 않다.

반면 남향이고 10층 이상에서 우면산을 볼 수 있는 C동의 경우 3천만~5천만원의 웃돈이 붙어 있다. 인근 명성공인중개사무소 곽영순 사장은 "입주가 2004년으로 멀다 보니 아직은 전망 좋은 물건만 찾고 그렇지 않은 것들은 외면당한다" 고 말했다.

분당 백궁역 일대 주상복합의 경우 파크뷰만 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나머지들은 외면받고 있다.

파크뷰 33평형 웃돈은 분양 초기 2천만원 선에서 계약 직후 5백만~1천5백만원으로 떨어지더니 요즘 상승하고 있다고 인근 부동산중개업소들은 전했다.

분당 정자공인 김의선 사장은 "분당지역 주상복합 가운데 파크뷰가 낫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30~40평형대를 중심으로 거래가 꾸준하게 이뤄지고 웃돈도 상승 중" 이라며 "반면 50평형대 이상 대형은 호가가 1천여만원 안팎이지만 찾는 사람은 거의 없다" 고 전했다.

◇ 섣부른 투자 금물=전문가들은 조망권 등 특별한 재료를 갖추지 못한 주상복합에는 조기투자를 하지 말하고 한다고 조언한다.

'분양가+금융비용' 정도가 입주 후 시세로 굳어질 가능성이 커 섣불리 달려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큰 평형 전망이 더 어둡다. 그간 공급된 주상복합이 40~50평형대 이상 대형 위주여서 이들 아파트가 본격적으로 입주하는 2003~2004년엔 물량부담 때문에 시세가 오르기 힘들다는 의견이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M21현대공인중개사무소 정열 사장은 "전체 주상복합 물량 중 10%를 제외하면 나머진 금융비용도 빼기 힘들 것" 이라고 말했다.

서미숙 기자 seom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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