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난 합리적 보수, 온건 진보 … 문 후보와 이념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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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씨가 4일 오후 서울 공평동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무소속 안철수 전 대선후보가 4일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 이념적 차이를 느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의 한 식당에서 캠프 국민소통자문단(단장 조용경)을 맡았던 인사들과 오찬 회동을 하면서다. 익명을 원한 참가자에 따르면 안씨는 “문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에서 중도적 입장이 변했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나는 합리적 보수이자 온건 진보”라며 이처럼 문 후보와의 차이를 분명히 밝혔다고 한다. 그러면서 “단일화 TV토론에서도 문 후보와의 차이를 확인했다”고 덧붙였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안씨는 지난달 21일 단일화 TV토론에서 집권 첫해에 남북 정상회담을 하고 금강산관광을 바로 재개해야 한다는 문 후보와 충돌을 빚었다.

 안씨는 문 후보를 지원하는 방법에 대해선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 신조가 똑같은 실수를 두 번 되풀이하지 않는 것”이라며 “새로운 정치를 하려면 왜 실패했는지 알아야 한다”고도 했다.

 전날인 3일 그는 옛 공평동 캠프 해단식에서 “문 후보에게 성원을 보내달라”고 했었다. ‘소극적 지지’ 표명으로 해석되긴 했지만 문 후보 지지 의사를 재확인해 놓고 다시 정체성의 차이를 거론한 것이다. 익명을 원한 정치평론가는 “서로 정체성이 다르다면서 왜 문 후보를 성원해 달라고 지지자들에게 말했느냐”며 “안철수의 메시지는 이제 애매모호함을 넘어서 ‘오락가락’ 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비판했다.

 문 후보 지지 입장을 확인해 놓고 안씨 측은 지원방식을 놓고 다시 한번 시간을 끌고 있는 인상이다. 이날 안씨를 만나고 온 유민영 대변인은 문 후보 지원 방식과 관련한 브리핑에서 “(안씨가) 말한 게 없다”고 했다. 그는 “문 후보 지원에 나서는 게 이번 주를 넘기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엔 “아니라고 하기는 어렵고…”라고 얼버무렸다. 문 후보와 안씨의 회동 문제에 대해서도 “모른다”고 말했다.

 유 대변인은 “문 후보를 위한 지원에 나서는 게 맞긴 맞느냐”는 질문엔 “단일 후보로서 (전날) 문 후보에 대한 성원을 지지자들에게 요청했고 정권교체를 위해 도울 수 있다는 의사를 표현한 것이니 당연히 안 전 후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할 거라 본다”고 답했다. 하지만 “ 백의종군 하겠다고 했으니 공동선거대책본부 등을 꾸리는 것은 우리가 검토하고 있는 사항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안씨의 지원을 승리의 절대 조건으로 판단하고 있는 문 후보 캠프는 당황했다. 캠프의 한 관계자는 “어제 지지의사를 밝혀놓고 오늘 ‘너는 나와 다르다’고 하면 이건 야권 지지층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안씨의 ‘소극적 지지’와 ‘다른 말’에도 불구하고 문 후보 측은 ‘그래도 안철수’라는 기류가 우세하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 측 이목희 기획본부장은 4일 라디오에 출연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 열세를 보이는 문 후보가 승리하기 위한 가장 큰 조건은 안철수 전 후보의 지지활동”이라며 “안 전 후보의 (지지) 의견 표명으로 부동층에 가 있던 분들이 상당 부분 문 후보 지지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문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벌어진 주요 원인은 세대별로는 20대, 직업별로는 학생, 지역별로는 서울 거주자들의 이반에서 비롯됐다. ‘20대·학생·서울’은 안씨의 주요 지지층이다. 이들을 야권 지지층으로 되돌아오게 하기 위해선 안씨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지난달 24일 중앙일보 정례 여론조사(12차)에선 박 후보(46.6%)와 문 후보(41.1%)는 5.5%포인트 차이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달 30일~12월 1일 실시된 13차 정례조사에서는 박 후보(48.1%)와 문 후보(37.8%)의 격차가 10.3%포인트로 벌어졌다. 이 기간 동안 20대에선 12차 조사 때 27.7%(박 후보) 대 56.0%(문 후보)였던 것이 13차 조사에선 33.5% 대 46.3%로 좁혀졌다. 학생층에선 23.1%(박 후보) 대 65.5%(문 후보)였던 게 31.0% 대 51.2%로 격차가 축소됐다. 서울에선 12차 조사에선 36.3%(박 후보) 대 47.8%(문 후보)이던 것이 45.7%(박 후보) 대 39.3%(문 후보)로 뒤집어졌다.

강인식·양원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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