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알아사드, 화학무기 공격 준비 징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오바마

시리아 정부가 화학무기 사용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공개적인 경고를 하는 등 시리아 사태가 중대 고비에 접어들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핵 비확산을 주제로 한 미 국방대학 연설에서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이름까지 거론하며 “만일 알아사드가 시리아 국민을 상대로 화학무기를 사용할 경우 무시무시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세계가 주시하고 있다”며 “화학무기 사용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며,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분명히 말하건대 알아사드와 그 부하 누구든지 화학무기를 사용하는 비극적인 실수를 저지를 경우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체코를 방문 중인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기자회견에서 “화학무기 사용은 레드라인(금지선)을 넘는 것”이라며 “알아사드 정권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증거가 나올 경우 미국은 즉각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개입 의사를 분명히 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클린턴 장관이 이처럼 화학무기 사용과 관련해 강도 높은 직접 경고에 나선 건 내전에서 수세에 몰린 알아사드 정부가 시민군을 상대로 화학무기 사용을 고려하고 있다는 정보기관의 보고를 접했기 때문이라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CNN은 알아사드 정권이 반군의 진격을 막기 위해 포병을 이용해 화학무기 공격을 가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 정부 관계자는 “시리아가 화학물질을 배합하고 있다고 믿을 만한 징후를 포착했다”며 “사린 가스를 만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시리아가 보유하고 있는 화학무기의 정확한 규모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미 중앙정보국(CIA)은 시리아 정부가 적어도 연간 수백t의 무기를 생산할 수 있는 원료와 기술을 갖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스라엘이 시리아의 화학무기 은신처를 공습하기 위해 인접국인 요르단에 두 차례에 걸쳐 허가를 요청했지만 요르단 정부가 시기상조라며 거절한 일이 있다고 미 애틀랜틱지가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과 동맹국들이 군사작전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4일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외무장관 회담에선 터키에 신형 패트리엇 미사일을 배치하는 안도 논의됐다. 클린턴 장관을 포함해 28개국 나토 회원국 외무장관들은 시리아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터키에 미사일 방어망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터키는 시리아 포탄이 국경을 넘어 자국 영토에 수차례 떨어지자 미사일 방어망을 설치해 달라고 나토에 공식 요청했었다.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나토 사무총장은 “알아사드 정권이 화학무기를 사용할 경우 국제사회가 즉각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터키 이스탄불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와 정상회담을 마친 뒤 “국경 지대에 화력을 늘리는 것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긴커녕 문제를 악화시킬 뿐”이라고 주장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