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사정 칼바람, 광둥·충칭서 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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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왕양(左), 쑨정차이(右)

중국이 광둥(廣東)성과 충칭(重慶)시를 시작으로 대대적인 부패 척결에 나섰다. 개혁의 아이콘인 왕양(汪洋·57)과 차세대 최고지도자 후보로 꼽히는 쑨정차이(孫政才·49)가 두 지역의 당서기다. 경제 중심지와 보시라이(薄熙來) 사건의 진원지부터 사정을 하겠다는 시진핑(習近平) 당총서기 체제의 개혁 의지가 엿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사정 작업은 부패 척결을 앞세워 반대파를 제거하려는 것이란 시각도 있다.

 중국의 반관영 통신사인 중신사(中新社)는 2일 광둥성 당기율위원회가 량다오싱(梁道行) 전 선전(深?)시 부시장을 ‘엄중한 기율 위반’ 혐의로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중신사는 그가 구체적으로 어떤 혐의를 받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량 전 부시장은 최근 한 달 동안 광둥성에서 부패 혐의로 조사를 받은 5번째 고위 관리다. 그는 2002년부터 2009년까지 선전시 부시장으로 일했다. 현재는 선전시 대운동장집행국 국장을 맡고 있다. 그는 선전시 대학생운동회 집행 과정에서 행사 비용을 4배까지 부풀려 계상하는 방법으로 차액을 횡령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인터넷에는 이와 관련해 량 전 부시장 외에 최소한 100여 명의 시 관리가 연루돼 대대적인 조사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광둥성 포산(佛山)시 순더(順德)구 저우시카이(周錫開) 공안국 부국장도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그가 뇌물로 받은 5000만 위안(약 87억원)과 1000만 위안(약 17억원) 상당의 부동산이 적발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부임한 쑨정차이 충칭시 서기는 출근 첫날 모든 공직자에게 강력한 비리 척결을 요구했다. 그는 지난달 20일 레이정푸(雷政富·54) 베이베이(北<789A>)구 당서기가 10대 후반 소녀와 ‘섹스 스캔들’을 일으킨 게 문제가 되자 조사 60시간 만인 23일 레이정푸를 전격 해임했다. 직할시 구청의 서기와 같은 고위 관리가 이처럼 초고속으로 해임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그만큼 부패관리에게 방어할 시간을 주지 않겠다는 의미다. 쑨 서기는 이어 이번 사건에 대한 수사 확대를 지시했다.

 그러나 쑨 서기의 행보는 “부패 척결을 앞세워 시진핑 총서기와 등을 진 보시라이 세력을 척결하는 것일 뿐”이란 의혹을 사고 있다. 실제로 이번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레이 서기 외 5명의 고위 공직자 대부분이 보시라이 전 서기와 왕리쥔(王立軍) 전 공안국장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당 부패 척결의 최고책임자인 왕치산(王岐山) 당기율위 서기는 지난달 30일 런젠밍(任建明) 칭화(淸華)대 공공관리학원 주임 등 민간부패 관련 전문가 8명을 만나 부패 척결 방안에 대한 의견을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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