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접속 표현 사용설명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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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조그만 부주의가 화재를 부르곤 한다. 화재 사고의 원인을 조사해 보면 작은 실수에서 비롯되는 일이 많다.

 “엊그제 동네 주민이 뒷산에서 쓰레기를 소각하다가 산불이 났다” 등과 같은 경우다. 화재 사고에 대한 글을 읽다 보면 이런 문장이 눈에 많이 띄지만 문제의 소지가 있는 표현이다.

 “엊그제 동네 주민이 뒷산에서 쓰레기를 소각했다” “엊그제 산불이 났다”는 두 문장이 연결어미 ‘-다가’로 이어진 경우인데, 앞뒤 구조가 다르게 구성돼 있다. 앞은 “누가 무엇을 무엇하다”, 뒤는 “무엇이 무엇하다”의 구조다. 주어도 ‘주민’과 ‘산불’로 일치하지 않는다. 이때의 ‘-다가’는 어떤 일을 하는 과정이 다른 일이 이뤄지는 근거나 원인 등이 됨을 나타내는 연결어미로, 앞뒤 절의 주어와 구조가 동일해야 자연스럽다.

 “엊그제 동네 주민이 뒷산에서 쓰레기를 소각하다가 산불을 냈다”로 바루어야 앞뒤 절의 구조가 ‘누가 무엇을 무엇하다’로 같아지고, 뒤에 놓인 ‘산불을 냈다’의 주어도 ‘주민’으로 동일해진다.

 상황에 따라 접속문이 아닌 다른 구조로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엊그제 동네 주민이 뒷산에서 쓰레기를 소각하던 불이 산불로 번졌다” “엊그제 동네 주민이 뒷산에서 쓰레기를 소각하는 중에 산불이 났다” 등과 같이 쓸 수 있다. 다만 뒤 문장은 산불의 직접적 원인이 쓰레기를 소각하던 불이었는지가 불분명하다.

 “지난밤 아이가 욕실에서 편지를 태우다가 집이 모두 불탔다”는 사례도 마찬가지다. “지난밤 아이가 욕실에서 편지를 태웠다”와 “지난밤 집이 모두 불탔다”는 두 문장이 ‘-다가’로 이어진 꼴인데, 역시 앞뒤 절의 주어와 구조가 일치하지 않아 어색한 표현이 됐다.

 “지난밤 아이가 욕실에서 편지를 태우다가 집을 모두 불태웠다”와 같이 바루어야 앞뒤 절의 구조가 같아지고 주어도 ‘아이’로 동일해진다. ‘집이 모두 불탔다’는 구절을 살리고 싶으면 “지난밤 아이가 욕실에서 편지를 태우는 중에 집이 모두 불탔다”처럼 고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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