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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북 어민, 모두 백12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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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말도=본사 윤여덕·송평성·윤정규기자]조개잡이 어민 1백12명이 납북된 것은 짙은 바다 안개가 구름처럼 눌러 덮은 29일 하오 4시. 1백55마일 휴전선 가장 서쪽 말도 개펄에서였다. <호외재록>

<변장하고 기습>
조개잡이 어민 2백52명은 그들을 태우고 온 어선 5척을 개펄가 얕은 바위에 띄어두고 조개 캐기에 정신이 없었다. 이때 휴전선 북쪽 반이도쪽에서 어로작업을 가장한 평복차림의 북괴 무장군인들이 그 어민들을 포위, 따발총과 경기관총 등으로 위협사격을 가하면서 닥치는대로 어민들을 납치하기 시작했다.
1백미터 앞이 보이지 않는 짙은 안개 때문에 어민들은 북괴 군인들이 접근하는 것도 몰랐을 뿐 아니라 그들은 2백52명의 어민들속에 끼어 들어 총을 웃저고리 속에 감추고 조개잡이를 하는 체 하다가 기습을 가해 온 것이다.

<북으로 끌려가고 남으로 달아나고>
이때 누군가가 "간첩이야-"하고 고함치는 소리와 함께 총소리가 울리고 닥치는대로 납치를 해가자 현장 일대는 수라장이 되어 부모 형제를 가려낼 겨를도 없이 남쪽으로 내닫는 사람과 북괴군에 목덜미를 잡혀 비명을 지르며 북쪽으로 끌려가는 사람 등으로 아비규환. 한쪽에서는 북괴군이 어민들을 도망 못 가게 수류탄을 던져 어선 1척(승리호)을 침몰시켰다.
북괴 포위망을 간신히 빠져 나온 1백40명의 어민들은 북괴군의 위협사격에도 불구하고 남으로 치달았다. 약 1킬로를 남하했을 때 앞에는 바닷물이 가슴까지 올라오고 뒤에서는 계속 분괴군이 쫓아오고 있었다.

<20여명씩 네 차례 [삼성호]가 구조>
"사람 살려!"라는 울음 섞인 고함이 서해안에 메아리 치는 속에 함박도쪽에서 조기잡이 배 삼성호(6톤)가 전속력으로 달려왔다.
선장 김성천(42·인천시 북성동 3가 4)씨가 총소리와 고함소리를 이상히 여겨 함박도에서의 조기잡이를 그만두고 구조하러 배를 몰고 왔다.
김씨는 목까지 물 속에 잠긴 어부들에게 그물을 던져 우선 물에 빠진 사람부터 구해내고 20여명씩 네 차례에 걸쳐 어민 1백4명을 10킬로나 떨어진 말도까지 실어내는데 성공했다.
이틈을 타고 용미호와 영락호는 수집명의 어민을 싣고 말도로 탈주했다.
괴뢰군이 미리 닻줄을 끊어버린 칠복호와 용복호는 밀물이 밀어 닥치자 표류-30일 하오 연평도 근해에서 해군 함정에 의해 인양되었다.

<무인도로 달아나 30여 시간 굶기도>
이날 괴뢰군에 쫓긴 조희찬(36·민법도)씨와 전연순(29·교동) 김병호(49·주문도) 박용기(32·주문도) 정병삼(19·민법호)씨등 5명은 함박도 서쪽 8킬로 떨어진 무인도까지 도망쳤다.
꼬박 30여시간을 바위틈에 숨어 적의동정을 살피던 이들은 물이 차는 바람에 발이 묶여 아사 직전에 30일상오 8시께에야 순시중이던 해군함정에 의해 구조되었다.

<울음바다 다섯 섬>
[주문도=본사 윤여덕·송평성·윤정규기자'사랑하는 가족들을 졸지에 빼앗긴 말도·볼음도·주문도·교동도·미법도등 5개 섬 사람들은 북녘하늘을 바라보며 꼬박 사흘 밤을 뜬 눈로 새웠다.
기다림과 눈물로 핏발이 선 두 눈을 비비며 선창가로 몰려든 섬 사람들은 낯선 배가 앞바다를 지나가도 납북 가족들의 안부를 소리쳐 물어본다.
30일 하오 4시쯤 구사일생으로 탈출한 어민들이 끌대(조개잡이기구)를 메고 말도를 떠나 그들의 섬으로 돌아오자 섬 사람들의 설움은 한꺼번에 북 받쳐 올랐다.
"혹시나"하고 발돋움하며 가족들의 이름을 불러대던 한 여인은 탈출자들의 대열로 뛰어 들어 까무러치고 말았다.
납북자 1백12명 가운데 50여명의 피해자를 낸 주문도 3마개 2백여호는 한 집 걸러마다 한두 가족을 잃었다.
선창가에는 탈출자들을 맞는 선술집이 아닌 성시를 벌이고 있는데 마을 어귀에 들어서면 온통 울음바다―마치 초상만 난 마을이다.
[진촌]송현선(41)씨 집안은 송씨 3형제 가족 9명이 이날 조개잡이를 갔다가 열네살 먹은 조카 문흥군만이 탈출하고 송씨와 그의 딸 향분(16)양 형수 김순희(41)씨 조카딸 경희(18)양 동생 현진(36)씨 조카 봉희(25)씨 경례(20)양 성희(14)군등 8명을 한꺼번에 납치 당했다.

<납북자 명단>
주문도(51명) ▲박용수(남·18) ▲김국영(남·53) ▲박철권(남·34) ▲유정숙(여·28·박정원 처) ▲김명분(여·17) ▲유인흥(남·17) ▲송봉희(남·20) ▲송경례(여·20) ▲송승희(남·14) ▲송연진(남·36) ▲황성순(남·14) ▲김옥희(여·20) ▲송경희(여·18) ▲김순희(여·40) ▲송연선(남·41) ▲송순분(여·16) ▲문정숙(여·25) ▲차규녀(여·42) ▲김규분(여·37) ▲김씨(여·50) ▲전종현(남·22) ▲김삼순(남·51) ▲차규현(남·33) ▲선규분(남·38) ▲박경애(여·40) ▲최종득(남·25) ▲윤정익(남·35) ▲김명원(남·49) ▲한유정(남·57) ▲문용점(여·31) ▲이순남(남·26) ▲이용기(남·26) ▲홍계선(여·20) ▲정금례(홍계선 모·43) ▲박의숙(여·18) ▲송병남(여·21) ▲박동희(여·58) ▲신현식(남·53) ▲채순옥(신현식 처·45) ▲백봉순(여·20) ▲최종희(남·16) ▲윤효자(여·45) ▲이봉진(남·51) ▲이봉진 처(40) ▲박백수(남·33) ▲윤영자(여·28·박백수 처) ▲민병식(여·40) ▲김춘식(남·50) ▲김춘식 처(40) ▲우시남(남·46) ▲백구활(남·29)
볼음도(20명) ▲강재봉(남·50) ▲김씨(정윤 모·51) ▲안정숙(박창윤 모·42) ▲김얌전(전분옥 모·38) ▲전덕님(김길수 모·41) ▲조화분(최재수 모·45) ▲장동님(허성범 처·34) ▲전경희(고재서 처·34) ▲전영자(전덕순 매·19) ▲전숙자(전광순 매·19) ▲차영애(차의준 장남·19) ▲명동래(고재춘 처·20) ▲조옥현(조용춘 매·20) ▲전효선(남·34) ▲김선규(남·18) ▲김천만(남·20) ▲오형득(남·29) ▲조승원(남·28) ▲박씨(38) ▲조선비(김우진 처·31)
말도(6명) ▲노명산(남·16) ▲고영철(남·14) ▲차경수(여·40) ▲강초순(여·40) ▲반희녀(여·28) ▲최동심(여·38)
교동도(7명) ▲강황영(남·44) ▲[강]씨 처(41) ▲유봉업(남·44) ▲방이근(남·45) ▲유소정(남·60) ▲유인겸(여·17) ▲유현운(여·17)
미법도(14명) ▲정영남(남·36) ▲황동용(남·46) ▲정광영(남·26) ▲조희철(남·31) ▲안장희(남·37) ▲고형기(남·17) ▲문순부(남·47) ▲문순 부모(여) ▲안장희 매 ▲문순부(남·48) ▲문순 모(여·34) ▲고형기 모(여·50) ▲정정순(여·19) ▲정용찬 모(42)
선원(16명) 영낙호·3명 ▲칠복호·3명 ▲용미호·3명 ▲용복호 3명 ▲승리호·4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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