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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7시 한강을 살리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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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볼 수 없는 생선|고기 반 물 옛말>
한강은 서울의 젖줄. 젖줄이 좋아야 아기는 무럭무럭 자란다. 그러나 서울의 그 한강은 질식직전에, 아니 이미 질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서울의 인구가 1백20만 명이던 2O년 전만 해도 인도교 부근에서 숱한 잉어와 뱀장어가 잡혔다. 그러나 20년 후인 이제 서울의 강에선 생선이라곤 잡히지 않는다.
한 평생을 한강에서 잉어잡이로 살아온 나진강옹은 『서울선 고기 씨도 제대로 구경하기 어렵게 되었다』고 푸념했다. 권중실씨는 좋았던 시절을 되새기며『그때의 한강은 고기 반 물 반이었다』고 아쉬워했다. 이들은 한결 같이 고기 씨가 마른 게 된 것은 물이 나빠져 살기 어려운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한강 질식론은 어옹들의 소박한 이론뿐 아니라 과학적으로도 증명되고있다.
지난 3월 서울시 당국은 서울대학교 문리과 대학에 의뢰하여 한강 물의 오염도를 처음으로 조사 조사했다.

<대장균 덩어리 1cc 24만 마리>
최근에 밝혀진 이 조사보고서는 청계천과 금호동 앞강, 그리고 노량진 수윈지 취수장의 물 1CC에서 대장균이 각각 24만 마리나 검출되었다고 지적했다. 물 1CC라면 콩알만한 부피-그 가운데 24만 마리가 들어 있다면 그 물은 대장균의 덩어리라고 문리대 식물학과 하영칠 강사는 표현했다. 뿐만 아니라 각종 병원성 세균 독성과 악취를 가진 중부식성 식물로 꽉 들어차 식수와 공업용수를 위협하고 있다는 것. 만약 이대로 두면 언제 사멸하여 버릴지 모른다는 것이다.

<쓸모없는 수원 교각에 물 솟구쳐>
또한 전문가들은 노량진 수원지와 보광동 수원지는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청계천에서 나오는 혼탁한물이 금호동에서부터 본류와 합쳐 한남동 앞까지 내려오는 동안 약간, 오염도가 낮아지다 공교롭게도 보광동 수원지 취수탑까지 오면 완전히 뒤 섞여 오염도가 가장 높아지다. 거기서 밑으로 흐르는 동안 자정 작용에 의해, 차차 맑아져 동작동 앞 굽이에선 대장균수가 2천 마리대로 떨어진다.
그러나 노량진 수원지 취수탑이 있는 인도교 근방에선 24만 마리대로 올라가고 만다. 흑석동의 오수가 합쳐진데다 인도교의 교각에 막혀 물이 소용돌이치는 동안 밑에 가라앉았던 유해물질이 죄다 솟구쳐 올라오게 되는데 이 물을 취수탑은 빨아올린다는 것이다.

<염소 값이 올라 투입량 줄어들고>
그래서 노량진 수원지에서는 봄철에도 최하 4PPM의 염소를 투입해야 된다고 보고되었으나 그 동안 시 당국은 1PPM, 때에 따라서는 0·3PPM의 염소를 넣은, 소독이 덜된 수돗물을 시민에게 공급해 왔다. 가을의 한강오염도가 봄철보다 낮기 때문이라는 시 당국의 해명도 알고 보면 터무니없는 얘기, 시 위생시험소가 조사한 지난 4개년 (59∼62년)간 노량진의 대장균 지수는 봄철(4월)보다 가을(10월)이 평균2∼3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나 있다. 염소 값이 올라 투입량을 줄였다면 염소 값 몇십 만원에 3백50만 시민의 보건이 짓밟혔다고 할 밖에 없다.
서울의 시궁창 청계천엔 냄새가 난다고 뚜껑을 덮었다. 급한 대로 부끄러운 곳을 가렸지만 그 콘크리트 무거운 뚜껑 밑에서 청계의 물은 몇 갑절 더러워지는 곤욕을 당하고 있다.

<세균8천 배로 |더러워진 청계천>
보건대학원의 최정헌·정문식 양씨의 5년 전 조사에 의하면 청계천 물은 암거 밑으로 들어갈 때 보다 나올 때 일반세균은 무려 8천 배로 늘어난다는 것. 복개는 마치 세균 배양기의 구실을 하고 있다.
뒤늦었지만 시 당국은 하수 처리장을 청계천 하류 장안평에 세울 계획을 수립하고 AID 차관을 신청했다. 42억의 예산으로 하루 25만 입방 미터의 오수를 정화시켜 한강의 오염을 급한 대로 막아보려는 것이다. 그러나 하수처리장이 마련된다고 해도 뚝섬 상류 장안동·천호동·덕소 지방에서 흘러드는 공장의 폐수를 안 받을 수 없고 용산 미군부대서 나오는 하수와 흑석동 일대의 오수를 막을 길은 없다.

<하수처리 시급 청계천 역류론도>
팔당댐이 준공되면 그곳에서 수도원수를 끌어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막다른 궁리도 나돌고 있다. 댐이 서고 수량이 줄어들면 한강은 지금의 청계천과 다를 바 없게 될 거라는 수원지 실무자들의 걱정이다. 그래서 아예 청계천을 서소문방면으로 역류시켜 서교동 밑으로 뽑아버리자는 의견도 있다. 용산과 마포의 오수도 함께 처리할 수 있고 조수의 차를 이용해 하수구청소도 말끔히 할 수 있다는 것. 대운하를 파서 인천과 한강 상류를 연결시키자는 거창한 30년 계획도 있다.
한강은 살리기 위한 약방문은 다양하다. 그러나 그런 영약도 사후약방문이 되어서는 소용이 없게 마련. <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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