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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부는 국회의 건의를 존중하여야 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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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지난l8일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된「구속 학생 석방, 제적 학생의 복교 및 소위 정치교수 복직에 관한 건의 안」에 대하여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듯이 전해지고 있다. 어제 상오 정부의 한 고위소식통은『이 문제는 어디까지나 법률의 차원에서 다루어질 문제이지 정치적 차원에서 다룰 문제가 아니다』라는 견해를 표명했다는 것이다.
한·일 협정비준문제를 둘러싸고 학생·교수들이 입은 피해는 실로 막대한 것으로 그것을 일일이 매거하기 조차 어려울 형편이다. 이와 같은 모든 피해에 대하여 적정한 구제를 요구한다는 것은 현재 상태로서 불가능하다는 것이 사실이지만, 우선 그들의 석방·복교·복직 문제만은 시급히 실현되어야 한다는 것이 대부분 국민들의 일치한 견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국민들의 요망이 결집·표현된 것이 바로 지난18일의 국회 본회의의 결의가 아니었던가 생각된다.
국회의 만장일치의 건의에 대하여 정부가 아직 공식적으로는 명백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 않으므로 무어라고 속단하기는 어려우나 만약에 일부보도와 같이 냉담한 반응만이 나타나게 된다면 이는 실로 민주정치를 위하여 경시할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정부나 사법부의 처사에 대하여 국회가 깊이 간섭한다는 것은 정당한 일이 아니나 원내문제의 발단이 정치적인 성질을 띠고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우리는 단순한 형식적 사고방식에 그칠 수는 없는 것이다.
현정부는 과거에도 수차에 걸쳐 국회의 만장일치 건의를 전적으로 무시한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은 주지되어 있는 바와 같다. 정당정치를 구호로 삼고 있는 우리나라 정부가 여당인 공화당까지도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건의안을 이와 같이 헌신짝 처럼 저버린다는 것은 이성적으로는 수긍할 수 없는 것이었다.
국회의 건의내용은 경우에 따라 정부의 견해와 상치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언제나 정부의 견해가 여당이나 국회의 견해보다 탁월하다는 근거도 없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견해의 차이라는 것은 상대적인 것이지 결코 절대적인 것 일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여당의 의견까지도 반영되어 있는 국회의 건의를 그렇게 소홀히 다룰 수는 없다는 것이 우리의 소신이다.
지난 18일의 국회 대정부건의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존중되어야 하며 반드시 빠른 시일 내에 실현되어야 한다. 정부는 물론 학생이나 교수들에 대하여 얼른 씻어버리기 어려운 일종의 감정적인 응징의식이 있을는지 모르나 역시 민주국가다운 너그러운 태도를 보이는 것이 정도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차후를 위해서도 국회의 일치된 의견이 행정부에 잘 반영된다는 좋은 선례를 차제에 만들 필요도 있을 것 같다.
교수들이나 학생들이나 야당세력도 독자적인 정치적 견해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은 민주국가의 상식이다. 이들이 정부의 시책에 비판적 태도를 보였다고 해서 바로 그것이 적대행위로 간주될 수는 없다. 정부와 이들간의 관계는 결코「신과 악마와의 대결」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는 이 문제에 관련하여 여당인 공화당에도 일언하지 않을 수 없다. 공화당은 정부에 따라 다니는 시녀가 아니고 정부의 정책을 마련하고 그것을 시정하는 것까지도 포함한 주격적 존재라는 것을 인식해 달라는 것이다. 자기들의 건의가 일전의 가식도 없는 것으로 무시되는 사태가 빈번히 일어나지 않기를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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