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재계, 한국내 反美 우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국내의 반미(反美)정서 확산에 대해 미국 기업인들이 매우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어 국내 재계가 상당히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9일 "미국 재계가 '반미 감정은 절대로 허용돼선 안된다(Anti-US sentiment must not be allowed)'라는, 이례적으로 강한 문구가 담긴 성명서 초안을 보내왔다"면서 "전례없는 일이라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 성명서는 오는 19일부터 사흘간 미국 하와이에서 열릴 한.미 재계회의 운영위원회에서 미국 측 위원장인 토머스 어셔 US스틸 회장과 한국 측 위원장인 조석래 효성 회장의 공동 명의로 발표하게 된다. 이 관계자는 "최근의 반미 정서는 매우 걱정스럽지만 성명서가 너무 강경해 그대로 수용할 수 없다"면서 "미국 측에 수정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또 "미국 기업인들의 대한(對韓)정서가 악화되고 있어 걱정"이라고 밝혔다. 미국 기업인들은 ▶반미 정서가 한국민에게 일반적인 것인지▶북핵에 대한 국민 인식과 노무현 정부의 대북 정책은 어떤지 등을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들 문제에 대해 미국 재계에 어떻게 설명할지 입장을 정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반미 정서 확산에는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국내 정부 입장도 고려해야 하므로 미국의 강경 입장에 그대로 동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재계회의에선 한국 기업인에 대한 미국 비자 발급 문제도 주요 의제로 거론되며, 처리 여하에 따라 한.미 관계에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영욱.표재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